시세 동떨어진 높은 가격..장사 속 비난
조달청 방출 프리미엄 적용기준 "그때그때 달라요..." 원자재 공급부족의 악몽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조달청 비철금속 인기가 뚝 떨어졌다.
경기침체 불안감이 고조되던 올 상반기. 국내 주요 비철금속 원자재 시장은 예상치 못한 공급부족으로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단기적으로 물량확보가 어려웠던 수요처들이 몰리면서 조달청 비축 원자재 방출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한 때 수요처들은 "조달청 비철금속 방출 물량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일 아침 조달청 비철금속 방출만 기다리던 수요처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렇다고 국내 주요 비철금속 원자재 시장의 공급부족 상황이 완전히 해갈된 것도 아니다. 수요업체들은 여전히 원활치 않은 공급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의 원자재난이 여전한 가운데 조달청 방출물량의 인기가 갑자기 증발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조달청에서 방출하는 비철금속이 시중 물량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급부족 상황이 심했던 알루미늄의 경우 지난 4월 중순을 정점으로 공급상황이 꾸준히 개선됐다. 물론 이와 함께 프리미엄 역시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 4월 중순 거의 톤당 20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던 시중 알루미늄 현물 프리미엄은 현재 톤당 80~100달러선 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시점 조달청이 방출하고 있는 알루미늄의 경우, 훨씬 이전 상황의 톤당 130~140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시장관계자들은 "조달청이 방출시점 보다 비축시점 프리미엄 반영에 더 큰 의미를 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수요업계는 여전히 공급부족 난을 겪으면서도 시중가 보다 비싼 조달청 방출물량을 구매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조달청 관계자는 "방출물량의 프리미엄 적용기준은 비축시점이나 방출시점도 아니며, 그때그때 다르다"라고 언급했다. 프리미엄 적용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부적인 기준은 밝힐 수 없으며 방출시점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심의를 통한 적용 프리미엄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알루미늄 비축 입찰 프리미엄도 톤당 135달러 수준이었다"며 "현재 방출물량의 프리미엄이 시중가에 비해 높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달청을 통해 공동구매 사업을 진행중인 알루미늄 조합 역시 요즘 크게 줄어든 실적 때문에 울상이다. 조합관계자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주에 2,000톤을 웃돌던 공동구매 실적이 최근 전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소 수요업체 관계자는 "이번 상황으로 조달청이 비철금속 방출사업에서 '밑지고는 못 판다'는 장사 속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각한 원자재 공급부족 속에 탄력적이지 못한 원자재 공급능력 부재를 질책 받았던 조달청. 이번엔 시세와 동떨어진 방출가격으로 장사 속을 감추지 못했다는 또 한번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호근기자/hogeun@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