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김 회장, 사재출연 자금 출처 '묘연'

동부 김 회장, 사재출연 자금 출처 '묘연'

  • 철강
  • 승인 2009.11.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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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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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은 회장이 벌려놓고 수습은 직원들 몫(?)
연봉삭감에 동부메탈 지분 강매 의혹 제기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재출연에 전격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금 출처가 묘연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앞서 김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기업자금 돌려막기 내지는 직원들의 투자금액으로 충당하려는 게 아니냐는 억측에 가까운 의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된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동부인베스트먼트에서 1,500억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16일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김준기 회장이 1인 주주다.

의문의 시발점은 동부인베스트먼트에서 대여한 1,500억원의 자금을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동부그룹에서도 정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일단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 것은 아니고, 대출을 받았다는데 그 대출담보도 명확치가 않다.

또한,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인베스트먼트에서 차입한 1,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000억원을 향후 다른 방식으로 출연해 3,5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일부에서는 그룹내 일부 계열사 임직원들에 대한 '동부메탈 지분 매입 강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측은 임직원 1만2,122명에게 1인당 1,500주씩 주당 1만9,400원에 매입을 암묵적으로 강요했다. 이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묘하게도 김준기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겠다고 밝힌 3,500억원과 거의 동일한 액수인 3,527억5,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룹내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동부메탈 지분 매입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간부급에서는 사지 않으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동부메탈 지분 매입을 임직원에게 강요한 적은 없으며, 구체적인 구매가격 등에 대한 내용은 임원회의에서 논의된 정도가 전부”라고 해명했다. 또한 “김 회장의 3,500억원 사재출연과 임직원의 동부메탈 지분 매입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아 말했다.

동부그룹은 일부 계열사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연봉의 30%를 삭감하고, 올 7월부터 현재까지는 15%를 삭감하는 등의 고통분담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만약 일부에서 제기한 의혹대로 사재출연하겠다고 밝힌 3,500억원의 자금을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었다면 회사 외부의 비난은 물론 그간 고통분담에 동참해온 임직원들로부터의 비난도 피해갈 수 없을 듯 하다.


차종혁기자/cha@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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