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연기금 통한 대기업 견제 방안 시사

  정치권에서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된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포스코와 KT 같은 거대 공기업에서 경영진의 횡포가 심각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견제장치는 사실상 없었다”면서 “현 정권 초기부터 국민연금이 합법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깊이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를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곽 위원장이 삼성전자 등 일부 재벌 대기업을 겨냥했던 것과 달리 오너십이 있는 대기업이 아닌 오너십 부재 상태의 민영화된 대형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연금의 시장 개입이 관치 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사전에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연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관치금융 염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해볼 만하다”면서 “연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는 정부의 개입 없이 그 의결권 행사를 논의할 수 있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곽 위원장은 “법을 바꾸지 않아도 기금운영위 산하에 ‘의결권 소위’를 구성하고 민간인들을 주축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면 관치경영 우려가 불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곽 위원장과 당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간영역에 간섭해서는 안 되지만, 민영화된 공기업 CEO의 방만 경영에 대해서는 견제 장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포스코와 KT에 대해 각각 473만주와 2,208만주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와 KT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5.33%와 8.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