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만 봐도 압니다”

“작업복만 봐도 압니다”

  • 철강
  • 승인 2011.10.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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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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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철 기자

  최근 본지 주최 제28회 중국철강산업시찰단을 동행해 중국 천진과 당산, 북경 지역의 철강업체를 견학하고 돌아왔다.

  시찰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중국철강업체의 빠른 성장과 기술력에 놀라움을 표했으며, 시찰 일정 이후 숙소에서 이어진 대화나 조촐한 술자리에서도 중국의 빠른 성장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법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히, 참석자들은 현장 견학에서 중국업체의 설비 수준과 생산 기술력에 대한 빠짐없는 체크와 질문을 통해 산업시찰 본연의 의미를 잘 살려나갔다. 각 업체의 생산 규격이나 강종 등에 대한 논의와 정보교류는 항상 뒤따르는 메뉴였다.

  그런데 네 번째 업체 방문에서 시찰단 일행의 대화 주제는 현장 근로자의 작업복으로 옮겨갔다. 중국업체의 현장 작업복이 좀 느슨한 운동복처럼 보인다는 한 시찰단 참가자의 지적이 시작이었다. 시찰단은 중국 거리를 지나면서 운동복 형식의 중국 학생들의 교복을 자주 봤다. 한 참가자는 중국인들이 편안한 것을 좋아해서 교복과 현장 작업복을 운동복 형식으로 만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참가자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장 작업복 차이에 대해 지적했다. 일본은 현장 작업 시 사고 등을 줄이려는 것인지 작업복이 비교적 빈틈이 없이 몸에 들러붙고, 중국은 반대로 헐거운 운동복 형식이며, 우리나라는 그 중간쯤이라는 분석이었다. 마치 산업 기술력의 한·중·일 삼국 간의 관계를 반영하듯이 말이다.

  작업복 이야기를 듣던 기자는 일본에서 유수 자동차업체인 혼다의 스즈카 공장을 견학했던 당시가 떠올랐다. 스즈카 공장 견학에서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하얀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의 모습이었다. 기름때나 이물질이 묻기 쉬운 흰색 작업복을 입고 근무를 하게 되면 옷을 더욱 자주 갈아입거나 정갈하게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흰 작업복에는 자동차를 만드는 일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진지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혼다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정신이 담겨 있다. 흰색 작업복에 대한 혼다의 창업주 정신 이야기는 자동차뿐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 하나하나에서 정신적인 부분을 찾고 그것을 하나의 혼으로 만들 줄 아는 일본인다운 느낌을 받게 했다. 이 흰색 작업복은 일본뿐만 아니라 혼다의 전 세계 공장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시찰단의 작업복에 대한 단상은 사소한 잡담으로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시찰 내내 진지한 모습으로 의미를 찾던 시찰단 일행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가볍게 넘길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복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들이 하는 모든 일에 집중하고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현장 인력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의 정신과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다 창업주의 정신이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인 혼다를 만든 것처럼 이번 중국산업시찰에 함께했던 시찰단 일행의 작업복에 대한 단상도 곧 한·중·일 삼국 간의 관계에서 우리 산업 기술력의 위치와 나아갈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들렸다면 너무 과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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