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토끼, 굴 3개 파서는 어림 없다는데

영리한 토끼, 굴 3개 파서는 어림 없다는데

  • 철강
  • 승인 2011.11.0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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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형호 hh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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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호 기자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시즌이 돌아왔다. 철강업체 마케팅 부서에 있는 임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아 보인다. 급변하는 경기 속에서 예측 가능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철강업체가 사업 계획을 세우고자 기본적으로 환율과 유가에 대한 전망치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누구도 내년 환율조차 확신 있게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국내외 경제는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급변하고 있다.

  올해 초 신년 인사말에서 전기로 제강사 CEO 중 두 명이 ‘狡兎三窟(교토삼굴,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가지고 산다)’ 이라는 말을 인용해 불확실성이 짙은 변수 속에서 살아가고자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는 5개 굴을 파 놔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포스코가 ‘최선·보통·최악’ 등 세가지로 구분하고 상황에 따른 계획을 세웠으나 올해는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다는 생각을 보이고 있다. 다른 철강업체들 역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2012년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 안에는 기본적인 회사 운영에 대한 계획 외에도 투자와 유보, 신제품과 신규사업 등 다양한 생존 안이 포함된다. 철강업은 제조업 특성상 꾸준한 설비 투자와 보수 및 유지가 이뤄지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투자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투자 계획 중에는 타 업체가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품목의 진입 계획이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국내 철강재는 대부분 품목이 적정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어 틈새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거나, 나는 남들보다 더 맛있는 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신규 투자는 진입자는 물론 기존 시장점유자에게까지 극심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우선은 자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에서 정교함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개그 프로에서 작은 상황을 놓치지 않은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인기다. 소주는 1병으로 부족하게 7잔이 나오도록 양을 규격화해 대부분 소주가 같은 크기로 나온다. 햄버거 가게에 있는 빨대의 지름 하나에도 정교함의 비밀이 있다. 철강재도 경쟁이 과열될 경우를 대비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섬세한 제품으로 앞서나가 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입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모사의 안 터지는 부탄가스 용기나 레고처럼 만들 수 있는 선 조립 철근처럼 수요처가 원하는 제품을 세밀하게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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