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강업계 내외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앞으로 국내 철강시장에서 수입재, 특히 불공정 수입재에 대한 인식 및 대응이 크게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월 18일에는 한국철강협회 내에 철강통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장을 맡은 포스코 황은연 전무는 통상대책위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국내 철강시장 혼란의 주원인인 불공정 철강재 수입을 적극적으로 봉쇄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13일에는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안이 심의를 통과해 17일부터 KS 인증 대상 품목에 기존의 철근, H형강 외에 후판 등 두께 6㎜ 이상 강판을 포함하는 건기법 대상 품목 확대가 이루어졌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수입재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고 특히 수입량이 많고 저가 제품이 활개 치는 후판과 H형강에 대해 적극적인 가격 대응에 나선 바 있으며 컬러강판 등으로의 확대를 검토 중이다.
또한, 지금까지 무역 분쟁을 우려, 가능한 자제해 왔던 반덤핑 제소 등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수입 방어책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통상대책위 열연후판분과위는 중국, 일본 열연강판, 후판에 대한 반덤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모 법무법인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공정무역(Fair Trade) 규준에 따라 객관적 입장이었던 정부도 점차 비슷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례로 4월 17일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과 주요 철강업계 대표들의 간담회에서 홍 장관은 “원산지표시의무 위반 등 일부 불공정한 유통행위가 국내 철강제품 내수시장에 가격 왜곡을 일으키고 있음을 주목하고, 향후 관련 규정 개선 등을 통해 적극 대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원산지 표시의무 단속에 나서는 등 우리 철강업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 중”이라며 “원산지 표시의무 품목에 H형강 이외에 후판, 열연, 냉연강판 등 판재류 포함 여부를 적극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5월 8일에는 지경부와 관세청이 지난 4월 원산지 미 표시 혐의를 받고 있는 H형강 수입, 가공업체에 대한 일제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수입산 H형강의 원산지 표시 제거 및 단순 가공 후 표시를 하지 않고 판매한 2개 업체를 적발해 과징금·과태료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바야흐로 한·중·일 3국의 철강 무역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 중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업계나 정부가 인식을 같이하게 됐다. 그 결과는 여러 가지로 현실화되겠지만, 우선적으로 공정무역 틀 안에서의 각종 제도가 강화 될 것임이 분명하다. 통상대책위 활동과 더불어 건기법, 그리고 원산지표시제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주요 철강 제조업체들은 물론 가공 및 유통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