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철강시장이 또 다시 가격으로 인해 혼란스럽다. 우선 해외 시장의 경우 상승과 하락이 뒤섞여 향후 갈피를 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6주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중국의 약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열연강판 수출 평균가격도 1달 넘게 약세가 계속되고 있으나 하락폭은 점점 작아져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회복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아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거래 쌍방 모두 가격으로 인해 극심한 불만과 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해 봄부터 약세로 전환된 국내 철강재 가격은 예년과 달리 근 1년 반이나 하락이 계속되는 초유의 현상을 겪고 있다.
수급 상황이 조금 변화되고 가격이 오를만하면 예외 없이 수입 저가 물량으로 인해 금방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것이 최근 우리 철강시장의 특성이다. 저가 수입재가 가격 회복과 수급 안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요가들은 이제 대부분 수입재 가격을 들먹이며 국내산 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원료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수요가들은 또다시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철강 제조업체들로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선 현재 하락한 원료 가격은 대부분 현물(Spot) 가격이지 계약(Contract)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 제조사들은 거의 전량 계약방식으로 원료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설사 현물의 영향을 받아 계약가격이 내려간다 치더라도 적어도 2~3달에 이르는 리드타임(Lead time)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 반영 가능 시기는 4분기 이후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재와 같은 수급 및 시황에서 과연 소재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만일 열연강판 등의 가격을 인하하면 냉연판재류나 강관과 같은 2차 제품의 가격 역시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소재 인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수요가들의 정보력이 커졌고 똑똑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중국 등의 수입산 가격 역시 그대로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론은 지금까지와 같은 악순환(惡循環)만 계속돼 더욱 가혹한 판매조건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적으로 지금 철강시장 관계자들이 우선해야 할 일은 원자재(철강재) 가격 인하가 아니다. 지금 우리 철강시장에서 기준 가격은 사라진지 오래고 거래 쌍방 간에 불신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래서는 시장의 질서를 되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먼저 가격과 관련한 상호 믿음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더불어 수입재로부터 강한 내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합리적 결정이 가능해지고 의미를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