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석유공사, 왜 이러나?

가스·석유공사, 왜 이러나?

  • 철강
  • 승인 2012.11.07 06:50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대표적인 공기업들인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뭇매를 맞았다.

  석유공사는 자회사인 영국 다나사가 지난 7월 중국 조선사에 40만배럴, 약 4억달러 상당의 부유식 원유저장하역설비(FPSO)를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경위 김한표 의원은 “조선산업이 수주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해외플랜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중국업체에 발주하며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가스공사는 최근 수년간 밸브류, 용접봉 등 8대 주요 기자재 대부분을 외국산으로 구매, 사용해 질타를 받았다. 이현재 의원은 “볼밸브는 기술력이 입증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 외국산 제품을 구매했지만, 내구연한 12년을 채운 제품이 50%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여 년간 LNG탱크 건설에 사용되는 용접봉은 일본산이 독점하고 있다”며 “이것은 소수기술의 독점으로 자재 공급의 독과점을 방조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공사원가와 비용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가스공사가 묵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석유공사는 국내에 원통형 FPSO 수행실적이 있는 조선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이번 발주 규모를 크게 웃도는 100만배럴 규모를 건조 중이어서 설득력이 없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으로 다양한 선박의 건조 경험을 쌓아가며 국내 기업을 추격하고 있는 마당에 공기업이 중국에 대형 해양플랜트를 발주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석유공사는 국내 조선사들이 제시한 가격이 중국 조선사보다 2배 가까이 비싸 한국 조선사에 발주할 경우 영국 정부가 문제 삼을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물론 이는 나름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지만, 일본 발전사들이 석탄 장기수송 입찰 시 한국선사를 입찰에서 원천 배제하고 자국 선사에만 물량을 몰아주는 사례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또 조선은 중국과 일본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데 우리 공기업 대부분은 제도적 한계만 운운할 뿐 업계의 어려움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됐다.

  가스공사 역시 기술과 품질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밸브나 용접봉 등의 제품이 생산되고 외국산과 기술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8대 주요 기자재라는 명분으로 외국산만을 고집하는 것은 막대한 외화 낭비가 분명하다. 더불어 필요 기자재의 부품 소재를 국산화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보면서 최근 무분별, 불공정 수입 때문에 몸살을 앓는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업계의 어려운 사정도 근본적으로 이와 비슷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간산업 중의 기간산업으로 경제와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철강 및 비철금속산업이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부족한 인식과 허술한 대책, 관리감독 때문에 더욱 힘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