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으로 부담
철강업, 대규모 수입 원재료 이용으로 ‘긍정’
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해 엔·달러 환율이 2년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시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의 영향을 고려해 당분간 피해주보다는 중립이거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주로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혜주로는 철강 등이 꼽히고 있다.
18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90.10엔까지 뛰어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3.06% 상승, 빠른 속도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정보기술(IT) 하드웨어의 경우 원·엔 환율 약세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동시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이란 측면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재고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판매량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자동차 부품은 원화 강세로 해외공장에서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IT 하드웨어의 경우 반도체는 원화 강세에 따른 매출과 이익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체 매출의 90%가 수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재료, 장비 등 원가 부문에서 달러와 엔화 결제가 약 60~70% 수준에 달해 원화 강세가 원가 하락을 이끌어 일부 실적 감소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반도체 가격이 달러로 일원화돼 있고 현재 가격이 해외 경쟁사들의 현금 원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에 따라 경쟁사들이 반도체 가격을 조정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휴대폰·가전 역시 다소 부정적이란 평가다. 원화 강세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전지업체의 경우 관련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이 미흡해 엔화 약세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결재 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경쟁사인 일본 샤프, JDI 등의 원가 경쟁력 상승에 힘을 실어주게 돼 부정적이란 평가다.
비철금속 업종은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업종은 철강이 꼽혔다. 철강은 대부분 대규모 수입 원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 노출 규모가 큰 특징이 있는데 엔화부채 감소 효과 등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철강사들이 엔화 약세를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역내 교역시장 가격 상승세에 동조해 저조한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역내 교역가격이 재차 약세로 돌아설 경우 일본 철강사들의 수익성 제고가 여의치 않게 되고 결국 환율 약세를 이용한 저가 공세를 펼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