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대 기업 비전2020 목표 세운 ‘정준양號’
‘꿈과 희망, 소재와 에너지로 더 나은 세상을!’
철강사업 넘어 소재·에너지 시장 등 본격 공략
포스코는 지난해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행할 비전이 바로 ‘포스코 패밀리 비전2020’이다. 철강, 소재, 에너지를 3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100대 기업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한 슬로건으로 ‘꿈과 희망, 소재와 에너지로 더 나은 세상을!’을 선포했다.
비전 2020이 정량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면, 비전 슬로건은 포스코의 미래를 향한 꿈과 경영철학, 방향성을 담고 있다. 특히 미래의 꿈을 이루려는 방법으로 ‘소재와 에너지’라는 사업영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그 실현의 결과를 ‘더 나은 세상’이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종합소재,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
△ 차세대 성장동력 될 종합소재사업 물꼬 터
포스코는 철강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소재와 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포스코의 소재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무분별한 소재사업 확장, 진출로 인해 포스코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아서일까? 포스코는 올해를 시작으로 소재사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시딩(seeding)’을 넘어 ‘하베스팅(harvesting)’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소재시장 규모는 약 7,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첨단 신소재를 중심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 정도에 불과해 소재는 미래 유망산업의 병목이자 또 다른 기회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전기차 시대를 맞아 크게 성장하는 2차전지의 제품가격 구성 중 소재 원가 비율은 50%에 달하며 이는 첨단 제품일수록 원천소재의 비중이 높음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간이 상상하는 것이 현실화되는 것은 항상 거기에 필요한 소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품의 성능과 혁신은 소재가 좌우하며 그런 제품들이 인간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이 때문에 리튬·탄소·실리콘·마그네슘 등이 핵심소재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재들이 전력의 생산과 저장, 소비에 이르는 에너지 사이클을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다.
포스코가 이러한 소재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철강 비즈니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관기술과 부산물을 통한 소재사업화 기회가 상상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재사업은 원료의 안정적 확보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기술·노하우를 기반으로 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포스코가 민간기업으로 바뀐 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제철보국’의 사명의식이 남아있고, 세계적인 공과대학인 포스텍과 비철 소재 전문 연구기관으로 탈바꿈 한 RIST를 통해 소재분야의 경험 있는 연구인력은 물론 상당량의 연구성과를 축적해 사업화를 위한 내부역량과 경쟁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 탄탄한 연구기반, 부산물 활용이 ‘믿는 구석’
포스코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 비철 분야 전문 연구기관인 리스트 등을 통해 수백명의 소재 관련 박사급 전문인력을 육성·확보해왔으며, 20년 이상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비철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왔다. 여기에 정준양 회장과 CTO인 권오준 사장은 사업화까지 가능토록 ‘R&BDE’를 강조해왔다.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외부 R&D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부족한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있다. 선진 기술을 보유한 강소업체와의 전략적 협력과 함께 특정 요소기술·전문성을 보유한 외부 대학·연구기관 등과 실질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흡수해 소재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러한 산학연 협력체제가 강화되면서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확고히 하는 셈이다.
특히 포스코의 소재사업은 철강업에서 축적한 제련·압연 등의 공정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기반으로 철강과 소재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미래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핵심 소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포스코는 궁극적으로 2020년 ‘Global Materials Provider’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우선 안정적인 소재사업 진출을 위해 철강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합금철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철강제조 공정에서 확보한 기술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철금속의 제련·판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미래산업의 핵심 원소인 리튬(Li)·탄소(C)·실리콘(Si)·마그네슘(Mg)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전기전력·경량화 산업 분야 등 소재사업 영역에 진출해 지속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리튬은 수송기기·전력저장기기 등 모바일·스마트 시대의 필수적인 기초 소재로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고 규모 중심의 소재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철강산업과 업(業)의 특성이 유사하다. 리스트가 개발한 ‘무증발 염수 리튬 직접추출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리튬을 추출하는 공정시간을 기존 대비 대폭 단축하고, 회수율과 순도가 기존 공법 대비 월등히 우수한 포스코 고유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포스코는 리튬 추출뿐만 아니라 각종 리튬화합물 그리고 2차전지 양극재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의 리튬 관련사업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탄소소재는 석탄을 고온에서 건류할 때 발생하는 콜타르(coal tar)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인데, 제조 공정에서 많은 양의 콜타르가 부산물로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소재 사업은 세계에서 가장 집적도가 높은 포스코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탄소소재 사업은 포스코켐텍이 콜타르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침상코크스·등방흑연블록·음극재 등 다양한 탄소소재를 만드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소재사업을 추진하면서 포스코는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그간의 활동 범주를 뛰어넘어 고객사의 최종 제품과 프로세스의 적극적인 개선을 목표로 VE(Value Engineering) 등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그네슘이다. 포스코가 마그네슘으로 휠체어를 만들거나 생활제품인 프라이팬과 구이판을 직접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생활제품 시장에까지 직접 진출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상은 이렇다. 마그네슘 판재를 개발한 포스코는 실생활에서 마그네슘 적용을 확대하고자 고민하던 중 경량성능과 위생성 등을 고려해 프라이팬과 구이판을 생각해 냈다. 이를 위해 관련 업체에 마케팅을 펼쳤지만,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가공과 코팅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포스코가 개발해서 해당 업체들에게 기술이전 등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에 관한 토털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식이다.
△ 글로벌 종합에너지 사업자로 도약
정준양 회장은 40여년간 제철 부생가스 등을 이용한 발전소를 운영하며 축적한 발전부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이 에너지 분야라고 결정하고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대표적 에너지 사업은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으로, 2011년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말 준공예정으로, 고가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대신 저가의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1,500억원의 발전 및 조업 비용을 절감이 기대된다.
합성천연가스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한 후, 정제 및 합성 공정을 거쳐 생산되며 액화천연가스(LNG)와 성분이 같아 직접 대체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저가의 석탄이 풍부한 몽골에서도 합성석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탐사에 성공한 미얀마 가스전도 올해부터 본격 상업생산을 시작해 포스코의 에너지사업은 본격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포스코는 국내외 민간발전사업은 물론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인천과 광양, 포항 등 국내에 LNG 및 부생복합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것은 물론, 전력 수요가 많은 신흥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발전사업은 전력시장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진출해 글로벌 발전용량을 2011년에 6.0GW에서 6.4GW로 늘릴 예정이며, 국내외에 태양광·풍력 사업을 확대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을 0%에서 6%로 높이는 등 발전 믹스(MIX)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차세대 발전설비인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상당해서 지난 2011년 3월 포항에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심설비인 스택 제조공장을 준공했으며, 2개월 후 국내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핵심설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절감과 납기단축을 가능케 했다. 또한 1년여의 기간에 80억원을 투자한 끝에 건물용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대용량 연료전지 발전영역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