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철근 판매량이 오랜만에 8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월 24일 기준 철근의 월간 누계 출하량이 70만톤을 기록하고 있고 1일 평균 출하량이 3만6천톤에 달해 단순 계산으로 4월 출하량은 84만톤 정도 될 전망이다. 국내 철근 판매량이 월 80만톤을 넘긴 것이 지난 2012년 5월이니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런 철근의 판매 회복에도 불구하고 철근 시장을 바라보는 철강 업계의 표정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지난해 철근, 형강을 생산·판매하는 전기로 제강사나 봉형강 전문압연 업체들의 경영실적은 말이 아니었다. 일관제철, 냉연판재류 등 12개 세부 업종 중에서 제강업계와 봉형강 압연업계 2개 업종만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그만큼 경영환경이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전체 철강재가 모두 수요 위축과 수입재 유입, 판매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독 철근 업계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작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악화된 시황으로 인해 가격 결정권이 건설사에 넘어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1분기 가격결정은 건설사가 주도했으며 공급자들의 경영실적은 상당히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가격 결정 방식에 있다고 생각된다. 철강은 물론 어느 공산품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바로 ‘선 출하 후 정산’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제품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다시 말해 수급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철강재의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제조업체가 가격을 제시하고 이것이 수급 상황에 따라 중간 유통이나 수요가에 의해 조정되는 것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물론 판매는 가격이 결정된 후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철근의 경우에는 가격 결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보니 매번 가격이 확정되지 않고 우선 출하한 후 다음 달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2개월이고 3개월이고 가격은 결정되지 못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이 벌써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YK스틸의 신임 대표인 오오미치 히데타카 사장은 50년 전 일본에서 한 때 시행됐던 시스템이 현재 한국 철근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본에선 개선 됐는데 한국에선 여전히 잘못된 시스템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철근 선도업체와 한국철강협회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점유율이 큰 업체들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업계 전체를 위한 고민과 노력을 통해, 또 철강협회 산하 보통강전기로협의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고 실천해 나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50년 전 일본에서 한 때 유행했던 일이 한국에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의 치부요,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