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9조3,000억원 가장 많아
국내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가운데 최대 48조원 정도가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여신(대출금·사모사채·지급보증)이 221조원인데 이 중 떼일 위험이 있는 잠재 부실이 전체의 21.7%인 48조원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업종간 양극화도 심화돼 경기회복 지연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건설·해운업종 기업들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조선업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11년 8.4%에서 작년 4.2%로 하락했고, 건설업도 같은 기간 2.0%에서 0.1%로 떨어졌다. 해운업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업종별 예상부도확률(EDF)도 건설 9.1%, 해운 8.5%, 조선 5.9%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3.2%), 전자(2.9%), 철강(2.7%), 기계(2.1%), 화학(1.2%) 등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업종과 비교할 때 최대 8배의 부도확률인 셈이다.
잠재 부실 규모를 업종별로 보면 건설이 9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화학(6조4,000억원), 전자(4조6,000억원), 철강(4조3,000억원), 도소매(3조9,000억원), 조선(3조7,000억원) 등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줄어들면서 건설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어 건설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 연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연체대출(1조6,000억원)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 연체(1조4,000억원)로 연체 대기업이 속한 기업집단 전체 익스포저도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 부실위험에 대비해 은행권에서 쌓아둔 대손충당금 규모가 5조원에 불과해 고위험 익스포저의 절반 밖에 안 된다”면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