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 폐지해야 한다

최저가 낙찰제 폐지해야 한다

  • 철강
  • 승인 2013.06.2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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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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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전체가 무더위 속에 부족한 전기 탓에 더욱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원인은 충분한 발전소 건설이 상당기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춤에 따라 예비전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불량 부품들이 납품돼 고장을 일으키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 원전이라는 특성상 쉽사리 가동을 못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정치권이나 언론계, 국민들 대다수는 납품 비리의 원인과 재발 방지에 관심이 집중돼 한전 마피아니, 한수원 출신들 간의 검은 거래 등을 캐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 원인 중의 하나인 저가 낙찰제(低價落札制) 때문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알다시피 저가 낙찰제는 용역이나 부품 구매 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을 받도록 하는 입찰제도다. 이에 따라 기준 품질을 만족한 경우 최저가를 써내면 무조건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일견 원청이나 발주자가 기준 품질을 확보하면서도 가장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 원전 납품에서도 나타났듯이 결국은 가장 낮은 가격이 유일한 낙찰의 기준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불량과 비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품질의 제품을 만들려면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으니 결국 기준 미달 자재를 쓰게 되고 인증기관을 매수해 가짜 인증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 각종 비리가 모아진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철강 및 비철금속업계는 물론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에도 저가 낙찰은 가장 일반적인 구매 방법이다. 그러나 품질, 기술 1위 업체나 2, 3위 업체 간에 가격 경쟁만 유발시키다보니 궁극적으로 품질과 기술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저가 낙찰제는 기술과 품질 1위 기업을 2, 3위로 끌어내리는 결과요, 단기적인 가격경쟁력을 위해 궁극적으로 기술, 품질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축적된다면 그나마 확보한 철강 등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기술 강국하면 독일을 생각하게 된다. 독일은 세계적 히든챔피언 2천개 기업 가운데 무려 1,500개가 존재하고 있는 나라다. 이들 히든 챔피언들의 모토는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만 한다”는 것이다. 용접기만 100년 한 중소기업도 있고 산업용 보일러만 120년 등 각 분야에서 역사와 기술, 품질이 최고인 중소기업들이 즐비하다.

  대기업인 자동차사 등 발주사들은 부품과 용역 구매 시 저가 낙찰제보다는 이들 히든 챔피언과의 장기 파트너십 위주로 부품과 용역을 확보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 분야에서 최고 회사와 함께 꾸준한 공동 노력을 통해야 가능하다는 철학과 현실이 깔려 있는 것이다.

  차제에 우리도 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품질, 기술 1위 업체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부품과 부자재, 용역을 확보하는 것이 원전 비리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는 길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철강 및 비철금속 등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 확보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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