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 17개월 연속 뒷걸음질 이유는

철근 가격 17개월 연속 뒷걸음질 이유는

  • 철강
  • 승인 2013.09.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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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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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말 본지는 국내 철근 가격이 2012년 3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무려 15개월 동안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고 뒷걸음질만 쳤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등락을 거듭했고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이 상승했다는 사실과 종전의 가격 움직임을 감안하면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이 수급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와 특히 국내 건설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에 철근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타결이 임박한 7~9월 철근 가격 협상에서 일단 7~8월 가격은 인하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모양이다. 결국 17개월 연속 가격 동결 내지 인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철근 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상당히 나빴다. 철근만 생산 및 판매하는 업체들은 모두 적자였고 여타 사업부문이 있는 회사들도 철근 부문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또다시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철근을 포함한 철강재 가격은 과거 오랫동안 원가논리(原價論理)가 수급논리(需給論理)에 앞섰다. 그만큼 제조업 및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가격은 조정됐지만, 가격결정의 주도권은 공급자들이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최근17개월 동안 일방적으로 가격이 뒷걸음질만 쳤다는 사실은 주도권이 수요가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왜 이렇게까지 공급자들이 주도권을 잃고 수요가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게만 됐는지, 또 그로 인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우선 첫 번째는 잘못된 거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 출하 후 정산’이라는 비정상 거래방식이 3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판매는 당연히 구매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것이 시작된 배경에는 정부나 여타 관계 기관들이 건설사에 좀 더 편향된 덕분이 아닌가 판단된다. 건설공기 지연을 우려해 우선 공급하라는 압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금도 정부나 일반 국민들은 건설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조금은 형편이 나은 철강사들이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적자를 보고 있는 철강사들은 왜 동정표를 얻지 못하는지 스스로 반문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세 번째는 공급자 스스로 가격 질서를 망가뜨리고 최소한의 수익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저가 수입재로 인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은 10%도 안 된다. 시장 영향력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감소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을 확보하려는 공급자들의 할인 및 저가 입찰 등이 보다 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도 무려 톤당 7만원 정도의 할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철근 제조업체들이 판매량 보다는 수익성을 중요시하고 보다 더 원칙에 충실한 마케팅 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것만이 정상적인 가격 결정 방식을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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