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철강재 가격에 관하여

대한민국 철강재 가격에 관하여

  • 철강
  • 승인 2013.11.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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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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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의 결정은 익히 알다시피 애덤 스미스의 수요공급 법칙이 주가 된다.
그런데 철강재는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다소 예외적이었다. 현실 시장에서 거의 공급이 부족했기에 오히려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었다.

  1994년 초, 정부는 OECD 회원국 가입을 앞두고 철강재 가격 개입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1994년 2월부터 공식적인 가격 개입은 없어졌으며 로컬(Local) 제도와 같은 보조금 성격의 가격제도도 사라졌다.
그러나 기초 소재로서의 중요성 때문에 감시자 및 조정자로서 정부의 일부 개입은 그 후로도 상당기간 지속됐다. 원인은 주요 제품의 독과점 체제가 지속됐고 전반적인 공급 부족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국내 철강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공급자는 증가하게 되고 중국산으로 대변되는 저가 수입재가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시장은 급격하게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가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2011년 4월 뒤늦은 리스트 가격 인상은 대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정부의 가격 개입과 이에 따른 인상 시기 지연, 그리고 과도한 가격 인상 조정이 부른 실패였다.

  이후 계속되는 공급 과잉과 저가 수입재 때문에 리스트 가격은 기준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물량(Lot) 할인과 시황 할인이 범람하면서 공장도 가격은 수요가마다 다른 상황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수입재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수입대응재가 등장하면서 유통 부문의 가격 혼란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본지가 제공하는 가격표도 List 가격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사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가격표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실제 공장도(공급)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더 많은 시장의 혼란과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1면에 매주 1회 ‘국내 유통가격 동향’ 가격표를 제공하고 있지만 더욱 더 자세하고 정확해야 할 가격표는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더 큰 문제는 이런 가격 혼란이 철강 시장 내에서 공급자와 수요가 간의 돈독했던 신뢰와 협력 관계를 오히려 후퇴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철근과 같은 일부 제품에서는 ‘선 출하 후 정산’과 같은 비정상적 가격제도도 계속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수요가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공급 과잉이 계속되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수익성 악화는 기본적인 투자조차 어렵게 만들고 이는 곧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을 때 제조업 전체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가 없다.

  이런 철강재 가격과 관련한 사실들을 종합했을 때, 대한민국 철강 시장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특히 가격과 관련한 새로운 기준과 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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