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버 1’의 한계

글로벌 ‘넘버 1’의 한계

  • 철강
  • 승인 2014.03.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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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재현 bangjh@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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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현 기자
  4~5년 전 지인이 겪은 취업 도전기는 연신 ‘글로벌 넘버 1’을 외치는 우리 기업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세월이 흐른 만큼 지금은 이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당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3년 전 우연한 기회로 만난 지인은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본 자동차를 몰고 다녔다. 몇 차례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자동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중학교 재학 중 홀연 미국으로 건너간 지인은 미국에서 대학교까지 마쳤다. 대학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마침 같은 시기에 채용 공고가 난 두 글로벌 자동차 회사 미국법인에 면접을 보게 됐다.
하나는 국내 업체이고 하나는 일본 업체였다. 양 사는 공통으로 ‘자신들의 회사 자동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는데 비슷한 답변에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지인은 각 사 차량에 대한 성능과 디자인, 현지 마케팅 방식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답했다고 한다.
첫 번째 면접을 본 일본 업체의 면접관은 중간 중간 메모를 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이 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가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이어서 이 회사 차의 단점을 더욱 자세히 얘기할 수 있었다.

  면접을 마치고 이 회사의 면접관은 “우리 회사 자동차에 대한 문제점을 잘 설명해 줘 감사하다. 당신이 한 이야기는 면접자가 아닌 소비자의 따끔한 충고로 받아 들이고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 업체에서 진행한 면접은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이 회사 자동차의 문제점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늘여 놓자 면접관 중 가장 상사로 보이는 사람은 등을 돌려 앉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이 면접관은 “그렇게 싫은데 왜 우리 회사 면접을 보는 거요?”라며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 

  면접 결과도 극명하게 갈렸다. 일본 업체는 합격, 국내 업체는 불합격이었다.
그러나 이 지인은 입사를 포기하고 국내 행을 결심했다. 이유인즉슨 대한의 건아로서 일본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는데 젊은이의 순수한 애국심은 결국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부터 짓밟힌 꼴이 됐다.

  그래도 이 지인은 그 회사를 욕하지 않았다. 단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회사 차량의 한계를 꼬집었을 뿐.
오늘날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찬사와 쓴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올해도 수입차의 공세가 매서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철강 업계 역시 수입산 공세에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를 위한 섬세한 배려와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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