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반출, 갈택이어(竭澤而漁)의 우(愚)

무단반출, 갈택이어(竭澤而漁)의 우(愚)

  • 철강
  • 승인 2014.03.1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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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광영 ky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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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영 기자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버린 후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지키려다가 미래의 더 큰 이익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철근 수입업계는 장기적인 철근 시황 악화로 당장 버티기도 빠듯한 상황에 직면했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편법 수입에 동조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수입업계가 꾸준히 철강업을 영위할 생각이라면 미래에 잡을 물고기를 생각해 봐야 한다. 대형 수입업체인 신원엔콤페니가 하역업체인 청명과 공모해 인천항에 수입된 철근을 무단 반출한 사건은 지난해 철강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본 철강사, 중국 상사, 국내 해운선사가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 이와 연관된 국내 수입 유통업체들도 선금을 내고 물량을 받지 못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2012년에도 신원엔콤페니와 같은 방법으로 무단반출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무역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주요 항만에서 영세 민간 하역업체에 의한 수입물품 무단 반출은 비일비재하며 수출사가 소송 의지를 드러내면 그제야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TOC(부두운영회사)제도다. 하역업체와 수입업체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당할 수 있는 허술한 제도가 1차적인 책임이다.
하지만 이를 제도 미비의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사건 재발 원인은 무단반출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업계 관행에 있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신원엔콤페니 같은 업체에 미리 대금을 주고 싸게 사는 것이 당장의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더 큰 피해로 이어지게 되지만 후회는 사건 발생 후 잠시뿐이다. 많은 업체는 여전히 연못의 물을 퍼내고 있다.

  제도 개선이 의지만큼 쉽고 빠르게 진행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제도 개선 전까지 무단반출 방지 책임은 철근 수입업계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국가 신인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사건의 반복으로 정상적인 업체들의 수입 길이 좁아질 수도 있는 셈이다.

  비정상(非正常)을 정상(正常)으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철강업계에 잠시 침투해 ‘먹튀’를 염두에 두는 업체는 도태되어야 하고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밟는 업체는 더 큰 성장 동력을 얻게 될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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