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정품·규격재 사용, 이대로 좋은가?

(좌담회) 정품·규격재 사용, 이대로 좋은가?

  • 기획특집
  • 승인 2014.07.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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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진욱 j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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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진흥법 개정 시행됐지만, 법 집행 시스템은 다소 미흡
엔지니어들, 안전한 규격강재 사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여전히 부족
수입자 품질인증 받도록 개정됐지만 인증기관 검사 안 받을 확률 높아
건설현장에서 수입 강재 품질 확인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경우 많아

 

철강금속신문은 지난 523일 에스앰엔미디어 5층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안형진 기획조정실장, 한국강구조학회 최병정 이사, 현대제철 함영철 상무, 본지 정하영 편집국장, 포스코 윤태양 상무, 한국철강협회 정기철 상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한교 연구위원 

    <참석자>

 -포스코 윤태양 상무(철강사업본부)

 -현대제철 함영철 상무(마케팅실장)

 -한국철강협회 정기철 상무(강구조센터 사무국장)

 -한국강구조학회 최병정 이사(경기대 플랜트·건축공학과 교수)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안형진 기획조정실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한교 연구위원

 철강금속신문 정하영 편집국장(이하 사회) : 철강금속신문이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이했다. 철강금속업계의 관심과 지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참담함과 슬픔에 빠져 있는데 이를 딛고 안전하고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건설용 철강재는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이다. 이에 본지는 3년 전부터 정품 규격재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펼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성수대교 사건에 이어 마우나리조트, 울산 물탱크 붕괴사고 등 건설 구조물들이 불량 부적합 철강재 사용으로 인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번 창간 20주년 특별 좌담회에서는 국내 건설자재로서의 사용 현황 및 문제, 원인 등을 진단해보고 어떻게 개선책을 마련할지 제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 대형사고 현황과 원인에 대해 언급하고 이어서 불량 강재 추방 캠페인 등을 포함해 불량강재 사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그 다음에 업계에서는 내지진 등 고품질 제품으로 어떻게 준비하는지, 또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에 들어가는데 어떤 개선이 이뤄지고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미흡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우선 불량강재 사용으로 인해 반복되는 대형사고 현황과 이에 대한 대책 방안에 대한 말씀 부탁드린다.

본지 정하영 편집국장

  한국강구조학회 최병정 이사(경기대 플랜트·건축공학과 교수) :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여러 사건, 사고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산이나 컴퓨터 등의 사고는 인명과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건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많은 사람이 위태로움에 처할 수도 있는 분야라는 측면에서 안전한 규격강재를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모두 늘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규격강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규격강재를 쓰려다보니 단가가 높아지고, 결국 단가를 맞추기 위해 저가의 강재를 쓰게 된다. 마우나리조트 사건을 봐도 설계도면에는 SS400이라고 규정돼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 강재가 사용되지 않고 이와 유사한 강재가 사용됐다는 것은 신문 보도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규격강재와 정품의 강도에 이르지 못하는 강재는 내력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항복강도, 최대 인장강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회 : 패널 쪽도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안형진 실장 : 패널과 관련해 내화 쪽은 많은 개발이 되고 있으나 적용에 있어서 미흡하다. 개발해 놓고 원가절감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고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재시 불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많지 않고 대부분 대피를 못해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대피를 하려면 구조의 안전성 및 내화성이 담보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건물은 화재가 났을 때 인명구조나 대피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물이다. 그러므로 화재시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충분한 대피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철강재에 내화 피복 등에 대한 사항을 강조하고 있고 제강사에서는 피복 없이도 내화에 강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개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  패널의 경우 철강재 사용과 관련해 두께 규정이 있지 않나?

 안형진 실장 : 건축물의 피난안전에 관한 규칙을 보면 소규모 공장에는 철판 두께가 명시돼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법에서 소규모 공장은 전체 바닥 면적이 1,000제곱미터 이하인데 전체 건축물의 1% 미만에 불과하다. 법에서 소규모 공장은 0.5mm 이상의 철판을 사용하도록 돼 있으니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건축물의 1%에 부과한 소규모에만 0.5mm 철판을 사용하고 나머지 건축물에는 0.3~0.4mm를 사용한다. 결국 샌드위치 패널로 짓는 98% 이상의 대부분의 건축물은 법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얇은 두께의 철판을 사용하고 있다. 나중에 풍하중(風荷重)이나 경주 사고처럼 설하중(雪荷重)으로 인해 변형이 일어난다. 어떤 제품은 자중(自重)으로 인해 변형이 일어나고, 건물이 오래되면 피로도가 쌓이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안형진 실장

  사회 : 작은 건축물에는 규정을 하고 큰 건물에는 왜 적용이 안됐나?

 안형진 실장 : 현재 법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느냐에 대한 논의를 떠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텐데 시행령부터 손을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관계 부처도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용을 떠나서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개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두께가 0.1~0.2mm 차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큰 사건이 왔을 때 보면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회 : 관련 법 규정 등이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진 것인지 정부출연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에서 관계 부처를 대신해 말씀을 바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한교 연구위원 : 불량강재 사용으로 인해 반복되는 재해에 대해서는 성수대교 붕괴 이후에 철강구조물 제작공장 인증제도가 도입이 됐다. 붕괴 이후 준비 작업을 거쳐서 1999년부터 건설기술관리법에 하나의 제도로서 철강구조물 제작공장 인증 제도가 도입이 됐다. 인증현황을 보면 교량분야는 20개 업체가 인증을 받았고, 건축분야는 30개 업체가 인증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인증을 받은 업체는 정품 KS 강재를 사용해서 제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증을 받지 아니한 철강구조물 제작업체의 경우 비() KS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인증을 할 때 4가지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 공장의 규모, 시설 및 장비보유 현황, 보유하고 있는 기술인력, 제작을 위한 품질관리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1~4등급의 인증을 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인증 업체가 1등급 내지는 2등급이라는 것이다. ·소규모 업체를 고려해서 4등급으로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3~4등급 받은 곳은 극히 적다. 우리가 판단할 때 3~4등급의 규모를 갖춘 공장도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화구조 인정의 경우는 법에서 정한 의무 인증제도이다. 내화구조 인정을 받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할 때 승인이 나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이다. 철강구조물 제작공장 인증의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임의 인증 제도다. 자율적으로 인증 신청에 의해 제작능력을 배양코자 할 때 인증 신청하고 받는 식이라 법적 구속력이 많지는 않다.

 사회 : 인증제도가 있는데 대부분 권장사항으로 돼 있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철강재 관련 사고와 관련해서 업계에서 바라보는 현황과 원인에 대해 한국철강협회에서 얘기해 달라.

 한국철강협회 정기철 상무 : 건설용 강재면 대표적으로 H형강인데 올 1분기 H형강 수입량이 국내 수요량의 43%. 이 중 90% 이상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문제는 중국산이 들어와서 건설 공사에 쓰이는데 언제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부정확한 게 건설상 안전의 큰 문제라고 본다. 3년 전부터 한국철강협회는 철강금속신문과 함께 정품 쓰기 캠페인을 펼쳐 왔다. 협회에서는 정품을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첫째 제 용도에 맞는 제품을 써야 한다. 두 번째는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두 가지다. 그러나 현장에 나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빼먹기가 횡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근을 10개를 넣어야 하는데 7~8개를 넣는다던 지의 경우가 그렇다.

 사회 : 의식구조 변화가 가장 근본에 깔려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포스코 윤태양 상무님이 실제 사례로 지적해주면 좋겠다.

포스코 윤태양 상무

 포스코 윤태양 상무 : 법적으로는 부적합 자재를 쓰는 것은 범죄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시행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시행이 될 수 있도록 민간기관에 권한을 줘서라도 개선을 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에서 저급자재가 들어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 저급자재를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막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고강도, 고성능, 내진성 등이 향상된 강재 등 기술 장벽을 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기술이라는 것은 2~3년이면 금방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무한정 장벽을 칠 수도 없고, 중국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기술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JIS규격, 국토교통성장관 인증 규격이 있고 우리는 KS규격만 있다. 우리는 좋은 자재 만들면서 KS에만 집착한다. KS에 올려야 공사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JIS는 최소한의 규정이고, 고강도 고성능 제품이 만들어지면 국토교통성장관 인증을 받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JIS를 받기는 쉽지만 국토교통성장관 인증을 받기가 매우 힘들게 해 놨다. 우리도 일본처럼 2중의 인증 시스템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철 구조물 쪽은 우리의 경우에도 인증제도가 있기 때문에 시행에 있어서의 보완만 하면 될 것으로 본다.

 사회 : 이와 관련해 업계에 있는 현대제철 함영철 상무님의 한 말씀 부탁한다.

 현대제철 함영철 상무 : 열연, 냉연, 후판, 철근, 형강 등 관련 품목을 다 생산하고 있다 보니 할 말이 많다. 현대제철이 고로 1~3기를 하면서 수입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 1분기에 중국이 내수시장에서 물량을 해소를 못하니 거리 측면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강금속신문과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3년간 부적합 철강재에 대한 캠페인과 좌담회를 했는데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사용자 측에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으로 수출하기가 정말 힘들다. 우리는 일본의 품질 규격에 만족스럽게 만들었다고 해도 일본에서 추가로 요구를 하는 등 일본 사용자들의 인식 자체가 일본 제품이 아니면 안 쓰겠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단 100톤을 수출하기에도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우리도 사용자 측에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기존 방식이 아닌 사용자측 즉 건설협회와 공동으로 부적합 철강재에 대해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초고강도 내진 철근, 내진용 H형강 등 연구 개발을 해서 개발을 해놓으니 일반 범용재로 쓰이는 쪽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개발비도 못 뽑는 수준으로 이익률이 떨어졌다. 기업이 제품 개발을 해서 수익을 내야 또 개발 투자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될 정도로 수입재에 침범을 당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철강협회, 건설협회, 철강금속신문, 건설신문 등이 합동으로 사용자측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세미나,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도 법 제도가 있지만 너무 허술하다.

 윤태양 상무 : 한국철강협회, 건설협회, 강구조학회 등이 위원회를 구성해서 건설 현장에서 즉시 검사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문 등 언론에 바로 공개를 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우리 자체의 감시 기능을 가지면 좋을 것으로 본다.

 함영철 상무 : 통관할 때 식품 검역하듯이 시편을 확인해서 정당한 품질을 갖고 오면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통관 자체를 제한을 하는 방식도 검토되면 좋을 듯하다. H형강의 경우 부적합 철강재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는데 대형 건설현장, 관급공사현장은 우리가 돌아다녀 봐도 저급 수입재를 잘 안 쓴다. 감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저급 수입산은 거의 안 쓴다. 문제는 소형 공사에 저급 수입재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국내 철 구조물 등록업체가 700여 개 사로 알고 있는데 이 중 우리와 거래하는 10곳 이상의 대형 등록업체는 저급 수입재를 전혀 안 쓴다. 그러나 나머지 소형 공사 쪽에는 80~90%가 중국산을 사용한다. 우리 제품에 비해 15~20만 원 정도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니 중국산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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