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卓上行政)과 ‘손톱 밑 가시’

탁상행정(卓上行政)과 ‘손톱 밑 가시’

  • 철강
  • 승인 2014.09.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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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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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기반이 되는 업종별 배출허용 총량을 발표했다. 

  이번에 확정된 배출권 총량은 제1차 계획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지난 5월 발표했던 초안에 제시된 16억4,300만톤(탄소톤)보다 4,400만톤 늘어난 16억8,700만톤이다. 2013~2014년 배출실적을 반영해 산업계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중 15억9,800만톤은 참여 기업 526개사에 할당되고 나머지 8,900만톤은 예비분이다. 예비분은 예상치 못한 신증설로 배출량이 증가하거나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예비분을 풀어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연간 배출량이 12만5,000톤 이상인 기업이나 2만5,000톤 이상의 사업장을 보유한 526개 해당 기업들은 9월 15일부터 한 달간 환경부에 할당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11월 중 업체별 할당량을 결정해 통보하게 된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만 시행할 경우 생산비용 증가와 생산 제한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지고 있는 국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게 된다는 이유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거의 중단 상태이고 탄소세를 도입했던 호주는 오히려 최근 이를 폐지했다. 또 가장 먼저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했던 EU도 금융위기 이후 배출권 시장 자체가 붕괴되는 등 유명무실한 지경이다.

  특히 이번 업종별 배출권 확정 과정은 그야말로 산업 환경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요,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주행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에서 환경부는 “그동안 산업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협의체를 운영해 할당계획 마련과정에 이해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민간자문단, 설명회 및 공청회 등을 통해 폭 넓게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배출권 할당량에 대해 산업계와 상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협의체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가장 중요한 할당량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5월 발표된 초안을 가지고 최종 업종별 배출허용 총량을 심의한 기획재정부 산하 할당위원회와 국무조정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자문단에 산업계 인사는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당사자인 산업계가 배제된 가운데 결정된 이번 업종별 배출 총량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탁상공론(卓上空論)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제 배출권이란 또 다른 엄청난 ‘손톱 밑 가시’가 당사자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또 다시 박히는 결과가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와 환경단체 등의 역주행으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고 유지해온 제조업, 철강금속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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