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甲)이로소이다”

“나는 갑(甲)이로소이다”

  • 비철금속
  • 승인 2014.12.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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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간언 ku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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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간언 기자

  한창 떠들썩했던 이른바 ‘땅콩회항’, 조현아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일 년에 한두 번씩 소위 갑 위치에 있다는 사람들의 횡포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그럴 때면 갑의 횡포와 을의 분노, 이에 대한 사회의 의식 수준 등이 이전 사례에서 복사된 것처럼 나타난다.

  2013년 ‘남양유업 밀어내기’와 ‘포스코에너지 라면 상무사건’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갑의 무개념과 을의 분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여론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처럼 들끓었지만 몇 주, 몇 달이 지나자 이 사건들은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지나가 버렸다.  

  이는 우리 사회 여론이 아무리 갑의 횡포를 성토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을 바꿀 수 있는 주체가 부재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갑 스스로가 어깨 위 권력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을이 앞장서서 바꿀 수 있는 사회 체계와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란 사전의 한 단어일 뿐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말이 된지 이미 오래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철강비철금속 업계에도 “나는 갑(甲)이로소이다”라고 말하며 갑의 생활 권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과 관계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본인들의 회사를 저 위 선반에 올려놓고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약속을 하고서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됐더라도 “윗선에서 안 된다고 했다”고 못을 박으며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끼쳐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한다.

  본인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면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행동한다.

  기자 역시 2014년 한 해 동안 여러 일들로 업체에 요청할 때면 “우리 정도 회사가 그런 걸 굳이 해야 하느냐”, “급이 다른 회사와 어떻게 비교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바 있다.
최근 조현아 사태로 재벌들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는 듯하지만 2015년에도 이 업체들의 갑 의식은 2014년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장기 계약 협상만 봐도 시황 악화를 이유로 ‘을’ 업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콩회항’처럼 크게 문제될 일만 일어나지 않으면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게 갑들의 중론인 듯하다.

  그래도 2015년에는 ‘갑’ 업체들이 개념을 꽉 붙들고 조금이나마 품격을 찾아가며 본인들의 위치를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갑만 모여 사는 세상도 없고 본인들의 위치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조금은 타 업체와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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