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근본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라”

<신년기획-원로에게 듣는다> “근본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라”

  • 철강
  • 승인 2016.01.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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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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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화 前 상공부 장관 "생존의 문제 직결"...구조조정과 혁신ㆍ개혁이 ‘정답’
“장치산업 핵심은 설비...생존 위해선 스마트팩토리 중요”

 “최근의 경제상황이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철강산업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생존하게 될 것인데, 우리 철강업계가 살 길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 발전의 계기가 됐던 포항제철의 창립멤버이자 제3대 사장을 역임했던 안병화 전 상공부 장관은 한국의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1등 경쟁력’ 유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포스코동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안 전 장관은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종 신문과 서적을 펼쳐놓고 현재의 경제상황과 철강산업의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과거 대한민국의 3대 메이저 국영 기업체로 포항제철ㆍ한국전력ㆍ한국중공업을 꼽던 시절이 있었는데, 안 전 장관은 이 3대 메이저 국영 기업체의 CEO를 두루 거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포스코동우회와 포스코창립회 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안병화 전 장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 최근 철강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과는 사뭇 다르다고 본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최근 국내외 철강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 알다시피 20세기는 철과 석탄의 문명이었고 산업혁명이 이에서 비롯됐다. 이후 석유문화가 여러가지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면서 결과론적으로 후기 자본주의에 진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과 자본만 투입하면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상품이 전반적으로 과잉공급이 된다.
 과잉공급이 되니까 전 세계적인 무한경쟁이 촉발되면서 요즘 얘기하는 M&A와 좀비기업이 생기는 것이다.
 철강은 중국이 국제시장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오버캐파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1천만톤 이상 수입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진행되면서 ‘철강이 물보다 싼’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열연코일만 보더라도 연초 대비 30% 이상 가격이 빠졌는데 이처럼 가격이 빠지는 경우에는 원가가 안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웬만한 경쟁력이 있는 철강사가 아니면 흑자를 낼 수가 없는 구조이다. 포스코만 하더라도 철강에서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장력강이나 자동차강판 분야에서 수지를 맞추는 것이지 보통강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면 경영을 할 수 없는 지경일 것이다. 이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한정적이다. 보통강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저항할 도리가 없다. 이 때문에 철강 좀비기업이 생기고 금융권에서도 철강업종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단기간 내 경기변동에 의해 공급과잉 수준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는가?
 
 - 앞으로 수 년 간은 힘들 것으로 본다. 수급 균형을 위해 중국이 현재 500곳 이상의 철강사의 감산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공급과잉이 심화될수록 불황은 장기화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개별 철강업체마다 존폐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올해의 경제상황이 결코 2015년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대단히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각 철강업체들은 어떻게 돈을 많이 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서 고민해야 한다.
 ■ 그렇다면 생존방안은 무엇인가?
 
 - 생존하는 방법은 구조조정을 하고 혁신ㆍ개혁을 하는 수밖에 없다. 혁신ㆍ개혁은 원료소재를 좀 더 싸게 사고 공장을 조금 열심히 돌려서 원가절감을 한다는 차원에서는 달성되지 않는다.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크든 작든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한국향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다고 얘기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한국향 수출이 크게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생산설비에 고정비를 대폭 낮추어 원가를 떨어뜨려서 중국 수입품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로 가야 한다. 이는 공장의 지능화와 지식화를 얘기한다.
 사람이 기계를 돌리기 때문에 작업자와 기계간의 인터페이스(MMI : Man-Machine Interface)가 상당히 중요하다. 스마트팩토리는 이 MMI 수준을 지능화, 지식화하여 설비가 사람 같이 예민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기수리, 임시고장 등으로 발생하는 다운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공장은 근본적으로 ‘헤비 듀티(Heavy Duty)’다. 이 말은 365일 쉬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계를 365일 쉬지 않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ICT나 IoT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원가절감의 극한이다.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저가 수입재와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다.
 
 ■ 대부분 수입재 문제를 얘기할 때 무역규제 활용을 많이 거론하는데, 근본적 경쟁력 확보방안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얘기한 것이 이채롭다.
 
 - 최근 들어 각종 무역규제로 수입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불공정 무역 제소만으로는 막아지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갖추어야만 한다. 앞서 얘기한 혁신ㆍ개혁은 내실을 한계까지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에서는 고정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를 대폭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팩토리는 한 마디로 센서 피드백 테크놀로지(Censor Feedback Technology)가 갖춰진 공장을 말한다. 가령 설비의 한계점이 임박할 경우 각종 센서를 통해 예지하여 다운타임 자체를 제로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활용방법의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정확한 벤치마킹과 IT와 융합된 사이버네틱스로 피드백을 정확하고 다양하게 추진하여 생산성, 수익성, 다운타임 극소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글로벌 경쟁력의 압도적 우위를 달성하도록 혁신전략을 창의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그러려면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 장치산업일수록 항상 설비에 투자를 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일반적인 신증설 투자와는 다르다. 투자가 되더라도 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설비의 한계점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리더인 CEO의 엄중한 책임은 기업의 재무, 설비 등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위기일수록 기업의 리더인 CEO의 역할과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주로 대형 제조업체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철강산업의 공급망 사슬(Supply Chain)을 강화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할텐데.
 
 - 일본의 경우에는 중국 철강재를 유통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일본 철강 유통시장의 태생적인 구조가 우리와 약간 다르긴 하지만 핵심은 공급사와 구매고객사 간의 ‘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신의’는 개념적이라기 보다는 현실적인 이점이 있어야만 갖춰질 수 있다. 각 밀은 유통점이나 고객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가격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의 원가경쟁력이 필요하며 현재와 같은 극한의 원가절감에다 스마트팩토리 구상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 과거 포항제철이 일신제강을 위탁경영하면서 동신제강 대표로 있었다. 당시와 최근 상황을 비교해 볼 때 도움이 될 얘기가 있지 않을까?
 
 - 위기를 돌파하는 묘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 결국 공장에서 고정비와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사고율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 앞서 얘기 했듯이 이런 것부터 접근해야 한다.
 동신제강 대표로 있을 때, 공장을 고장 나지 않으면서 어떻게 풀가동 할 것인지 고민했다. 알다시피 냉연제품은 여러 가지 스펙이 존재하는데 당시 동신제강에는 각 스펙별 원가가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제품이라는 것은 시장수요와 연결해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원가 정립을 통해 시장 수요와 원가를 매칭해서 마케팅을 하니까 최적의 수익화 방안이 도출됐다. 지금은 보편화 되어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로서는 묘수였던 것이다.
 지금 어렵다고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아인슈타인도 자기 두뇌의 20%도 채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100%, 200% 쓰게 되면 위기는 저절로 돌파될 것이다.
 
 ■ 국내 철강사 대표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모든 기업에 가장 두려운 것은 미래다. 미래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 미래를 잘 다루는 리더십은 성공한다. 그에 반해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패자가 된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르다. 기업에 가장 두려운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다. 어떻게 자기가 변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철강 사업은 이제 전도유망한 성장산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실용적인 기초산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이 있으나 이제는 과잉공급과 과잉수입으로 경기전망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미래시장이 다가올 때까지 대응 없이 기다렸다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허둥지둥 대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노력은 선제적(先制的)이라야 한다. 혁신노력이 지금의 시장에 맞추고 대응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형안으로 내다본 미래시장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오늘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 숨은 내일은 경계해야 하지만 두려워 말아야 한다. 미래는 리더십의 강력한 경영이념에 따라 부가가치 생산성을 미래시장에서도 솔루션이 되도록 오늘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을 이기는 방법이고 미래에도 대응하는 방법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미래시장을 오늘 만나는 것이다.
 참다운 혁신은 경쟁자가 하기 어려운 혁신을 이룩하는 것이다. 추격형이 아니고 선제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필히 구조조정을 수반하며, 구조조정은 원가절감과 기술경쟁력, 수익성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수익성 없는 투자, 무의미한 M&A로 인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고 그 여력으로 R&D투자를 현재보다 훨씬 많은 예산으로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R&D투자로는 본원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추격형 R&D투자는 지양하고 필히 선제형 R&D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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