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58만5,000원 합의, 지난해 4분기 수준 회복
이례적 파행 위기 극복…가격결정 기준 확립 성과
철근시장 불안감 해소…성수기 ‘날갯짓’
제강사가 분기별 철근 기준가격 협상 이래 처음 웃었다.
사실상 파행에 이르렀던 2분기 철근 기준가격 협상은 지난 27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국내 전기로 제강사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2분기 기준가격을 톤당 58만5,000원에 합의했다.
이는 1분기 대비 6만원 오른 것이며 지난해 4분기 기준가격을 회복한 것이다. 또 2014년 분기별 기준가격 협의체 구성 이후 처음 인상된 것이다.
■ 험난한 다섯 번째 여정, 극적 합의 성공
협상 타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지난 3월말 첫 상견례에서 ‘인상 대 인하’라는 상반된 견해를 확인하며 협상 지연을 기정사실화했다. 제강사는 톤당 6만원 인상, 건자회는 톤당 3만5,000원 인하를 주장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
지난 4월 7일 2차 협상에서 건자회가 동결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제강사는 동결 역시 타협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톤당 6만원 인상을 고수했다. 1분기 동안 철 스크랩 가격이 톤당 7만5,000원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그 만큼의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판단이었다.
세 번째 협상이 열린 지난 14일에는 철 스크랩 가격 반영 기준을 정하는 데 주력했다. 분기 마지막 달의 철 스크랩 가격(2015년 4분기比 2016년 1분기 가격)을 각각 비교해 가격 상하한선을 결정하자는 제강사의 주장을 검토하기로 한 것.
그러나 건자회는 21일 4차 협상에서도 1분기 대비 동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추후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파행으로 치닫는 분위기 속에 분기별 가격 협의체는 존속 위기를 맞아야 했다. 건설사별 개별 협상이 유력해지는 듯 보였다.
사실상 파행으로 치달았다고 판단할 때쯤 건자회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27일 만난 양측은 톤당 6만원 인상에 극적 합의했다.
제강사 관계자는 “분기별 협상 이후 첫 인상이라는 점, 톤당 6만원 인상 주장이 관철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는 반응이 있지만 철 스크랩 가격이 오른 만큼 반영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4분기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상 합의해야 했던 건자회의 ‘속사정’
건자회 측이 급하게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철근 시황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 스크랩 가격 급등에도 건자회는 공감하기 어려운 입장을 관철했다. 실제 지난 25일 열린 건자회 총회 때만 해도 회원사 3분의 1이 오히려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춤했던 제품 가격이 협상 기간 중 큰 폭으로 치솟았고 수급 상황도 불안정해졌다. 건자회의 입장은 점차 난처해지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협상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중소 건설사에게는 공급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았을 것”며 “파행 분위기가 지속되고 3분기 이후 협상마저 결렬된다면 부담을 느낄 당사자는 결국 건자회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강사는 굳이 분기별 기준 가격을 확정짓지 않아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27일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았다면 제강사가 임의로 발표했을 5월 기준가격은 58만5,000원 보다 높았을지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 극적타결 통해 얻은 3가지 성과는?
이번 협상 타결로 얻은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제강사가 주장했던 가격이 확정되면서 거래 혼선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말끔히 해소됐다.
제강사는 지난 4월 1일부로 2분기 철근 판매 기준가격 58만5,000원(SD400·10mm, 현금 기준)으로 잠정 확정해 통보한 바 있다. 협상 타결로 시장의 신뢰감은 더욱 높아졌고 최근 상승 추세인 철근 유통 판매가격은 향후 상승 폭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별 기준가격 협의체의 존속은 이번 타결 성과의 핵심이다. 셋째 주까지만 해도 협상 파행에 따라 가격 협의체는 존속 위기를 맞았다. 언젠가는 협상을 재개해야하는 양 측 입장에서 타결은 다행스러운 결과다. 특히 협상 파행으로 성수기 거래 차질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협의체의 가격결정 기준을 분기 마지막 달 철 스크랩 가격을 비교하는 것으로 확립한 점도 큰 성과로 평가된다. 평행선을 달렸던 2분기 협상 과정과 달리 다가올 3분기 가격협상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