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취지 훼손 말아야
김영란법, 취지 훼손 말아야
  • 박진철
  • 승인 2016.10.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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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 카네이션, 교수님과 선생님께 건넨 캔커피. 둘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연일 시끄러운 보도 때문에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는 이제 사제간의 정의 문제가 아니라 김영란법 위반 사항이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었던 9월 28일에는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넨 대학생이 신고 대상이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는 신고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아 출동 없이 마무리됐다.
  
 최근에는 경찰관에게 4만5,000원 상당의 떡 상자를 보낸 노인과 역시 경찰관에게 1만원을 몰래 건넨 노인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나란히 1, 2호 재판 대상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노인은 경찰관들이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편의를 봐주거나, 관련 사건을 친절하게 처리해줬다는 이유로 떡 상자를 건네거나 1만원을 건넸다. 더구나 1만원을 건넨 노인은 경찰관이 받지 않자 몰래 사무실 바닥에 1만원을 떨어뜨리고 갔다고 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0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떡 같은 경우는 사회 상규 같은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들이 김영란법 초기 시행착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 성영훈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고,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거나, 운동회 때 학부모가 교사에게 김밥을 주는 등의 사례가 위반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모두 위반이 맞다”고 밝혔다.
 
 상반되는 경찰청장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김영란법을 둘러싼 혼란이 넘쳐난다. 시범케이스와 같은 사례들이 정리될 때까지 당분간 만남이나 행동을 자제하려는 모습들도 주변에 흔하다. 게다가 학교와 언론사,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댄 김영란법이지만 소위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고 있는 포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과 비난도 많은 상황이다.
 
 어찌 보면 모든 법은 시행 초기 많고 적은 혼란과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경과를 보면서 자잘하게 또는 큰 틀에서의 수정이나 폐기도 항상 고려해봐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김영란법을 둘러싼 이러한 혼란은 어찌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투병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인명(人命)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에서마저도 수술 날짜와 입원실을 놓고 청탁이 난무했던 우리 사회가 아닌가. 김영란법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혼란은 합리적인 논의와 개선으로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김영란법의 애초 취지가 훼손되는 일만은 없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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