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공업체 탐방⑧) 신년 벽두 문래동 철강 유통·가공단지를 가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곳이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 유통·가공단지가 그곳이다. 새해 벽두 겨울은 계절 한가운데로 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날씨가 포근하다. 이곳 또한 경제 한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아마 신년에 대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
 

  한 달 전만해도 드문드문 철시를 한 곳이 많았었는데 다행히도 모두가 문을 열고 생업에 한창이었다. 철판을 잘라 판매하는 유통업체에서부터 물건을 열심히 만드는 가공업체에 이르기까지 손을 놓고 있는 업체는 없었다. 과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번창했던 시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먹고 살기 위한 생업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최근 철강 가격이 올라가며 이들도 고민을 조금 더는 것 같았다. 스테인리스 유통업체 선광스텐레스 정택준 과장은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지만, 수요가들이 오른 가격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그나마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던 업체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를 가공 및 절단해 판매하는 한 업체도 의견을 피력했다. “큰 하치장을 갖고 있지 못한 탓에 재고를 쌓아놓지 못했다”면서 “가격이 올라도 영세한 소규모 업체는 크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큰 하치장과 재고를 많이 보유한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오르는 시황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라고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겨울임에도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공장을 오픈한 채 유난히 바쁜 가공업체도 있었다. 밴딩 전문업체인 문래밴딩은 물건을 만들고 출하하느라 공장 앞은 차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 회사 장재훈 사장은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손님 응대조차 불가능한 모습이었다. 비결을 묻자 “납기 기일을 어기지 않는 등 신뢰를 앞세운 거래처 관리가 당사의 최고 자산이자 수요가를 불러들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 코일센터를 두고 있는 각종 맞춤 자재 주문 생산을 하는 대철금속 한 이사는 철강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얻느냐고 질문하자 “신속한 정보의 획득은 어려운 시황에 대처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면서 “주로 거래처나 인터넷을 통해 얻고 전문 신문을 통해서 얻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문래동의 딱딱한 철강 이미지를 부드러움으로 승화시키며 예술의 숨결이 흐르게 하는 곳도 있다. 답답한 거리 한가운데 전시된 조형물과 벽화, 매주 토요일만 여는 극장, 창작자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문래예술공장 등은 삭막할 것 같은 철강 거리에 낭만이 철철 넘쳐흐르게 하고 있다. 음주문래(音酒文來)와 같은 목로주점은 온종일 철과 싸운 사람들의 목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며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생업터전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래동 철강 유통·가공단지의 희망찬 2017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