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의 몰락과 말뫼의 눈물

디트로이트의 몰락과 말뫼의 눈물

  • 철강
  • 승인 2017.10.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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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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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조업, 특히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국면이다. 이들 업종이 밀집해 있는 울산과 거제도 등 부산·경남 지역경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에 철강재를 공급하는 철강금속산업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및 관련 기자재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후판 유통가격은 철강재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열연강판은 물론 최근에는 철근보다도 가격이 낮아졌다.

  사실 국내 후판의 공급능력 초과 사유의 근간에는 조선업 호황 시, 후판 생산설비 증설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조선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조선사 및 기자재 업체들을 배려한 철강업계의 고통분담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철강 제조유통가공 및 관련 업체의 부도가 가장 빈발하고 있는 지역이 부산·경남 지역으로 나타났다. 또 업종별로는 조선과 플랜트 및 관련 업종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근본적 문제는 과연 자동차, 조선산업이 단기간 안에 회복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 임금은 세계 최고인데 생산성은 경쟁업체들에 한참 떨어진다. 생산성 척도인 HPV(차 1대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시간)가 현대차는 26.8시간으로 도요타, 폭스바겐, GM은 물론 현대기아차 해외공장보다도 훨씬 낮다. 그럼에도 임금 인상 등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노조파업은 올해로 6년째이며 노조의 경영참여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나아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가장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조선의 경우에도 구조조정과 자구계획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인식은 크게 다르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떨어져 전체 11개 도크 중 지금까지 3개 도크 가동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일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유급휴직제 시행과 부문별로 휴업과 교육을 본격화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휴직할 정도로 어렵지 않다며 인적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노사간 갈등 때문에, 스웨덴 조선도시 말뫼의 눈물은 계속되는 임금 상승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자동차, 조선산업 역시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운의 말로를 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무엇보다 회사와 노조의 협력과 공존, 그리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정부의 정규직화, 불법파견 근절,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친노동 정책 역시 수정되거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생산성을 뛰어넘는 친노동 정책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생존을 어렵게 할 뿐이다. 일자리가 없어진 결과는 디트로이트와 말뫼의 예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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