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기업 명가를 찾아서)국내 최초, 세계 최고 범종 제조업체 ‘성종사’

(뿌리기업 명가를 찾아서)국내 최초, 세계 최고 범종 제조업체 ‘성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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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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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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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식 대표 “국내 기업인들, 적당주의 타파하고 최선의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전통 주조기술과 첨단 주조기술 융합 통해 세계 최고의 범종 제작

▲ 성종사 원광식 대표이사. (사진=뿌리뉴스)

 국내의 어느 사찰을 가도 항상 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바로 범종이다. 주로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범종이지만 중요한 문화유적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며, 각 지역 명소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고대에 통신수단이자 시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 범종은, 현대에 와서도 중요한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연말에 항상 진행되는 보신각 타종은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국민적 행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자 상징물인 범종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업체가 있다. 1954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범종 제작사인 성종사(대표이사 원광식)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성종사는 선조들이 범종 제작 시에 사용하던 고유의 주조기법을 재현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범종을 제작하고 있다.

 1973년 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50년 가까이 성종사를 이끌어 온 원광식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명장’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으로 선정된 국내 대표 주조장인이다.

 특히, 조선 말기부터 사실상 명맥이 끊어진 ‘밀랍주조기술’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은 그의 가장 큰 공로로 꼽힌다. 현재 성종사에서는 전통적인 ‘밀랍주조기술’과 현대 정밀주조기술인 ‘로스트왁스 주조기술’을 융합한 방식을 통해 범종을 제작하고 있다.

▲ 성종사 직원들이 쇳물을 붓고 있는 모습. (사진=뿌리뉴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범종 또한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성종사의 융합기술로 주조된 범종은 사형주조 등 기존 주조방식으로 제작된 범종과 달리 깔끔한 표면조도를 갖춘 유려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종의 소리 또한 타 범종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세계 최고의 범종을 만든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원광식 대표는 “먼저 세라믹으로 주형을 만듭니다. 이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주형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주조품질이 매우 떨어집니다. 그리고 주조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위에서 쇳물을 붓는데 반해 성종사에서는 대기압을 이용해 아래부터 쇳물을 주입합니다. 이 경우 기포가 형성되지 않아서 주조품질이 아주 우수해져요. 그리고 소재의 경우 청동을 사용하는데 오랜 연구를 거쳐서 이제는 종의 소리까지 고려해 합금을 만드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결국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종사가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원광식 대표가 만든 대표적인 종으로는 국내 최대 범종인 ‘세계 평화의 종’, ‘서울보신각종’ 등이 있다. 이외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인 성덕대왕선종을 99.9%에 가깝게 복원하기도 했으며, 평창올림픽 대종 또한 그가 직접 제작한 작품이다.

 이와 같이 장인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아직 고민이 많다. 국내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성종사는 현재 중국, 대만, 일본, 태국, 싱가폴, 홍콩,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불교권 국가에 범종을 수출하고 있다.

 “범종 제작에 뛰어든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고 밝힌 원광식 대표는 “젊은이들이 현장에 와서 열정을 가지고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며 명장으로서 후계자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국내에 설치된 범종의 70%를 제작하며 전통공예산업을 이끌어 온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범종 제작 현장에 젊은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 3세 경영인 원천수 이사(좌측)과 원광식 대표이사(우측). (사진=뿌리뉴스)

 원 대표는 “저희 회사에 40살이 안 된 청년이 1명 뿐이에요. 임직원이 17명인데 직원 대다수가 40을 넘었고, 60이 넘은 직원들도 있죠. 주조산업이 힘든 분야이긴 하지만 제대로 배우면 참 괜찮은 분야인데 사회적 인식이 3D산업에 부정적이다 보니 그게 매우 안타깝죠”라며 답답해했다.

 현재 3세인 원천수 이사가 후계를 이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원광식 대표는 자신처럼 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후계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국내에 다른 범종 제작사도 있다”고 밝힌 그는 “제 밑에 있던 직원이 나가서 회사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제대로 배워서 간 게 아니다보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지를 못해요.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익히다보니 좋은 작품을 절대 만들지 못하더군요. 범종 뿐만 아니라 주조산업, 나아가 국내 제조업 전체가 현재 이런 상황이에요. 뭔가 한 분야를 시작하면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를 통해 끊임 없이 연구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을 보면 한 분야를 제대로 하질 못하고, 뭐든 적당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답답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조업계를 비롯해 제조업에 종사하는 후배들과 사회진출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뭐든 적당히 하면 안 됩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제품이 좋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요. 장인정신을 가지고 진심을 담아 노력하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데요. 꼭 주조분야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비전을 가지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라고 조언했다.

▲ 성종사 회사 전경. (사진=뿌리뉴스)

 한편 대한민국 최초의 범종제작사로 지난 1954년 故 원국진 초대 사장에 의해 설립된 이래 줄곳 한국 범종계를 주도해 온 성종사는 ‘복잡형상 일체화 주조기술’을 핵심기술로 보유하고 국내 범종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불교문화권에 범종을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주조기업이다.

 그동안 성종사는 국내 최대 범종인 세계 평화의 종(1만관)과 대만 최대 범종인 명선사종(8800관)을 비롯, 총 8000여구에 달하는 국내외 주요 사암 및 지자체의 범종을 투철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성공리에 제작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범종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원광식 대표 본인 역시 10여년 간의 독자적인 연구 끝에 소멸되었던 우리의 전통주조기법인 밀랍주조공법을 재현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지난 2000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된데 이어 2001년에는 장인 최고의 영예인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에 지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전통주조공법인 ‘밀랍주조공법’과 현대적인 ‘로스트왁스공법’을 융합하여 세계 최고 품질의 범종을 제작하고 있는 성종사는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대만, 일본, 태국, 싱가폴, 홍콩,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불교권 국가에 범종을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종사는 불교계 인사들을 비롯해 국내외 고객들이 보내주는 격려와 찬사를 큰 보람으로 알고 보다 나은 범종 제작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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