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주조산업의 대들보 '성종사'
국내 전통주조산업의 대들보 '성종사'
  • 엄재성
  • 승인 2018.01.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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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수 성종사 이사 “전통공예 분야도 예술로 인정하고 세제 혜택 줘야”
“해외시장 적극 개척하고, 향후 주조 공예품 분야 진출할 것”

 주조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아날로그 생산방식이자 전통산업이다. 우리나라도 전통적인 주조기술이 발전했던 나라이지만 조선 말기 혼란한 시대에 그 맥이 끊어진 바 있다.

 국내의 사찰이나 지자체의 명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범종은 전통주조기술로 제작된 것이다. 1954년 설립 이후 국내 최대이자 세계 최고의 범종 제작업체로 성장한 성종사는 앞서 언급한 종들을 포함하여 국내에 설치된 범종의 약 70%를 제작한 전통 주조 분야의 명가이다. 성종사는 전통주조기술을 현대적으로 복원하여 세계화시킨 업체이기도 하다.

 뿌리뉴스에서는 성종사의 ‘주조장인’들이 이룩한 전통과 현대의 융복합 주조기술과 관련 상품, 성과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 원천수 이사는 범종 주조를 비롯한 전통공예도 예술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뿌리뉴스)

 원천수 성종사 이사에 따르면 성종사가 주력하고 있는 범종은 일반 주조와 달리 전통공예 분야이다. 국내 범종산업의 경우 국제행사였던 88올림픽 시기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가 사실상 피크였고,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사찰과 명소에 대부분 범종이 설치되어 수요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종사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일반적 주조업체들은 대개 자동차, 조선, 기계, 항공기 등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부품으로 사용되는 주조제품은 정밀도를 비롯한 기계적 성질이 중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범종의 경우 전통공예에 속하기 때문에 주조부품 수준의 정밀도보다는 디자인이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그리고 완성된 종의 음향, 표면조도 등도 중요한 품질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범종은 청동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물론 범종 제작사가 모두 같은 청동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으며, 당사의 경우 고유의 노하우를 통해 합금소재를 사용 중이다. 주형은 세라믹으로 제작하는데 제품의 품질이 주형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주조품이 잘 나오기 위해서는 주형제작이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후가공의 경우 표면처리는 당사가 직접 하고 있다.

 범종 제작은 다른 주조분야와 마찬가지로 발주처의 수주를 받는 주문형 제작이다. 보통 사찰과 지자체를 비롯한 발주처에서 디자인을 한 후에 제작사에 보내면 성종사에서는 기존의 노하우와 디자인을 활용하여 이를 수정한 후 다시 발주처에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발주처가 보내오는 디자인이 기존 범종의 디자인을 짜깁기하는 형태가 많아 수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성종사의 수정된 디자인에 따라 제작된다. 그리고 범종은 아직 기성품이 제작되진 않으며, 철저한 고객 주문형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성종사에서는 범종 제작업체 중 세계 최대 규모인 50톤 규모의 용해로를 보유하고 있다. 범종은 사이즈가 매우 다양한데 10톤이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다수 제품은 10톤 이하이고, 10톤 이상의 제품은 한 해에 1~2개 뿐이다. 평균적으로 한해 50톤 가량의 범종을 제작하고 있다.

 금액으로 보자면 당사는 타 범종 제작사에 비해 단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성종사의 범종은 중국과 비교하면 약 3배 가량인데 대신 품질은 월등히 우수하다. 보통 kg당 5만원으로 단가를 계산하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범종은 성종사가 복원한 ‘밀랍주조공법’으로 만들어진다.

 원천수 이사는 "밀랍주조공법은 우리 선조들이 고대부터 범종을 비롯한 주조제품을 만들 때 사용한 공법이다. 역사가 매우 오래된 공법인데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범종들도 이 공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원래 계속 전해오던 공법이지만 조선 말기에 그 명맥이 사실상 끊어졌다가 당사에서 해외에 전수되던 밀랍주조공법 등을 참조하고, 독자적 연구를 통해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원 이사는 "현재 주조기술 중에 로스트왁스공법이란 것이 있다. 주로 정밀주조에 활용되는 공법인데 당사에서는 밀랍주조공법과 로스트왁스 공법을 결합한 주조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스트왁스공법의 경우 정밀도가 높은 대신 대형 주조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당사가 개발한 융합주조기술은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범종도 주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성종사 직원들이 범종 주조를 위해 쇳물을 주입하고 있다. (사진=뿌리뉴스)

 최근 성종사는 평창올림픽에 사용될 범종 2개를 제작했다. 하나는 평창올림픽대종으로 평창군에 전시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문화재청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발주한 것인데 이번 평창올림픽이 개최되는 운동장 바로 옆에 인간문화재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인 평창 오대산 상원사종의 복제품을 전시했다. 그리고 지난 12월에는 (사)우리민족교류협회를 주축으로 김포시의 애기봉에 설치하는 ‘애기봉 남북평화의 종’을 제작했다.

 세계 최대의 범종 제작사로 성장한 성종사에도 고민이 있다. 바로 시장의 포화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성종사는 해외수출을 활성화하고, 향후 소형 종을 비롯한 주조 공예품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수요 위축 외에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현재 임직원이 17명인데 직원 대부분이 60을 넘긴 상황이다. 본래 3D업종이다 보니 젊은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최근에는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또한 우려하고 있다.

 원천수 이사는 전통 주조산업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전통공예품이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래 예술작품은 부가세가 면제되는데, 현대미술의 경우 예술로 인정받아 면세혜택을 받지만 전통공예는 예술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천수 이사는 "한 지자체에서 전통 방식의 옹기 제조업체를 예술작품으로 인정해줘서 큰 도움이 된 사례가 있다. 주조분야를 비롯한 다른 전통공예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체계적인 R&D지원도 필요하다. 전통공예의 경우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파급효과가 잘 인정되지 않아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힘들다. 당사에서는 정부의 R&D지원을 받아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지원이 힘들다면 대학 등 교육 및 연구기관과 연계한 R&D 지원이라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사업계획과 관련하여 원천수 이사는 "우선 3대째 이어가는 가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계에 부딪힌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수요처를 확보하고, 앞서 말한 주조공예품 등을 비롯한 신사업 아이템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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