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뿌리산업 살린다
‘경제민주화’가 뿌리산업 살린다
  • 엄재성 기자
  • 승인 2017.03.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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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강력한 대책 필요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올 들어 국내 뿌리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수요업체들이 불황이라는 이유로 납품단가 인하를 지속해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뿌리업체들은 조합 차원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중단을 검토한다는 것은 물건을 팔아봐야 적자만 지속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결국 대기업이 대부분인 수요업체들의 ‘갑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호황일 때에도 뿌리업계에 단가를 제대로 인상해준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대기업들이 뿌리기업에 이중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소재와 원자재를 공급할 때는 비싼 가격에 팔고, 납품을 받을 때는 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대기업들로 인해 뿌리업계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수요처와의 거래를 쉽게 끊지도 못한다. 뿌리산업은 상당부분 주문형 제작이 대부분인데 수요업계에 한 번 찍히면 다시 거래를 재개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적으로 기술이나 제품 개발을 하더라도 수요업계의 호응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뿌리조합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우리 업종의 경우 수요업체가 소재와 장비 등을 모두 정하여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요업계의 갑질에 대비하여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싶어도 산업 특성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사업자들이 소재와 공정을 모두 지정하는 상황에서 원자재가격이 올라도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들이 횡포를 부려도 거래가 끊길까봐 속앓이만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갑질’로 어려움을 겪는 뿌리기업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경제민주화’이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대로 실행된 것은 드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민주화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업들이 연루된 각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경제민주화’는 다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뿌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그동안 논의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비롯하여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철퇴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언론들은 말로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대기업들의 편만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뿌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는 어떤 경제문제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뿌리산업의 발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건실한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는 필수적이다.

두 달 뒤에는 대선이 실시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이 종사하는 뿌리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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