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능력 갖춘 고급인력 수요 확대...소프트웨어 교육 강화해야”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한국직업전망을 통해 로봇과 인공지능, 3D프린팅 기술 확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주조, 소성가공,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혁신기술로 통하는 3D프린팅 기술은 제조방식의 혁신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3D프린팅 기술이 고급인력의 수요를 늘려 ‘질 좋은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뿌리뉴스와 만난 3D시스템즈코리아 지용현 부사장은 “3D프린팅 기술 확대로 기존의 생산직 일자리가 다소 감소할 수는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능력을 갖춘 고급인력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 부사장과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3D프린팅 산업이 올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3D시스템즈의 1분기 실적은 어떻습니까.
▲3D시스템즈코리아의 주사업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인데, 올해 1분기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3D시스템즈 본사 전체로는 4% 가량 매출이 증가한 반면, 한국지사는 30% 가량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180억원이었는데 올해 매출 역시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플라스틱 프린터의 소프트웨어 특허권을 3D시스템즈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로열티 수입으로 30억~50억원 가량이 추가될 전망입니다.

-3D프린팅이 기존 주조, 금형 등 뿌리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뿌리산업과 3D프린팅 산업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런 주장이 있기는 합니다만, 현재 3D프린팅은 생산물량을 맞추지 못합니다. 일례로 독일의 아디다스사가 3D프린팅을 활용한 신발공장을 세웠지만 생산물량은 연산 50만켤레에 불과합니다. 아디다스가 연산 물량이 3억켤레인데 전체 1%도 안 되는 셈이죠.
3D프린팅이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3D프린팅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나 대량생산을 위한 시제품 제작 등에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를 감안할 경우 3D프린팅이 뿌리산업을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겠죠? 현 산업과 3D프린팅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4차 산업혁명으로 3D프린팅이 확대되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4차 산업혁명과 3D프린팅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일자리 감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이고, 3D프린팅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장비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죠. 수요가 다양화된다고 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경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설비 자동화 등으로 현장 생산직이 다소 줄기는 하겠지만, 다른 대체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3D프린팅의 확대가 일자리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오히려 ICT능력이 필요한 고급인력의 수요는 증가할 것입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3D프린팅이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우선 다품종 소량생산이 확대될 것입니다. 대량생산 방식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에서는 자본력보다는 아이디어와 지식,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집니다. 이에 따라 자본력에 의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신규 창업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동의 측면에서 보면 평생교육시스템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대학시절 한번 배운 기술을 평생 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지속적 재교육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3D시스템즈코리아의 경우 직원들이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이는 현재 3D시스템즈코리아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3D시스템즈코리아는 올초 신규사업으로 의료와 국방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진척상황은 어떻습니까.
▲국방 분야는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의료 분야도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의료 분야의 경우 정부의 안전 기준이 확보되고, 의료수가 문제가 선결돼야 하는데 아직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3D프린팅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을 듯 한데요.
▲우선 기술 전문 공무원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관료들은 대체로 산업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기술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죠?
정부가 3D프린팅과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관료들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못해서 엉뚱한 규제로 길을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공계 출신 공무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기술평가를 전문화해야 합니다.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술의 질적 측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정부 관료와 공공기관 종사자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술평가 전문인력의 증대가 필요하고, 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해 신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D프린팅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앞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확대와 같은 생산방식의 변화와 함께 일자리 형태의 변화, 1인 기업 증가 등 다양한 변화가 올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고급인력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입이다.
우리의 경우 전통적으로 기술직보다는 변호사, 학자처럼 펜을 잡는 직업을 선호했는데, 미래는 정보기술(IT) 능력을 갖춘 고급 기술자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