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에 꿰맞춰서는 절대 안된다
탈(脫)원전에 꿰맞춰서는 절대 안된다
  • 정하영
  • 승인 2017.09.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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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전력수요 소위원회는 2030년 최대 전력수요가 100.5기가와트(GW)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장기 전력수요는 2년마다 발표되는데 2015년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측한 것은 2030년 113.2기가와트였다. 이것이 지난 7월 13일 8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서 101.9기가와트로 낮아졌다가 이번에 1.4기가와트 추가로 줄인 100.5기가와트를 전망한 것이다. 2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12.7기가와트가 줄어들었다. 원자력발전소 1기당 1.0~1.4기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므로 10기 정도는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와 이런 상황이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명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해당 심의위원들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월 발표한 2017~2031년 평균 GDP 증가율 전망치 2.47%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KDI가 9월에 발표한 2.43%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망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구조 변화는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빅데이터와 자율 주행차,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들은 모두 에너지 소비가 크다.

또한 우리 경제의 저성장(低成長) 기조를 반영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부진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포기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또 4차 산업혁명이 태동기라 전력수요를 알 수 없어 2년 뒤 상황을 보면서 반영하겠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전력수요 예측은 최악에 대비할 수 있게 여유를 갖고 가야한다는 대명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꿰맞추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무리한 논리를 갖다 붙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6년 3,487억kwh에서 2010년에는 4,331억kwh로 급증했다. 이후 2011년 4.8%, 2012년 2.5%, 2013년 1.8%, 2014년 0.6%, 2015년 1.3%, 2016년 2.8% 늘어 4,970억kwh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전력 수요 예측치를 줄이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이번 전망에 따라 전력수요 예측이 실패한다면 불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이유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신뢰 자체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이를 바탕으로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것은 산업구조 변화 등 전력 수요 전망시 필요한 많은 요인들을 제대로 포함시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이를 고집하기 위해 설익은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또 탈원전이라는 목표에 부합하게 모든 것을 맞춰 나가는 느낌도 적지 않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 중 하나다. 부디 근시안과 서두름보다는 보다 멀리 내다보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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