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콘크리트와 함께 현대 문명의 골격을 이루는 3대 건축 자재이자 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금속, 바로 알루미늄이다.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무한한 재활용 가능성’때문에 지속 가능한 미래의 핵심 열쇠로도 꼽힌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알루미늄의 잠재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며 기업들이 앞다퉈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의 고리를 완성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알루미늄의 재활용률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알루미늄 재활용의 진가는 ‘음료 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알루미늄 캔은 성형성과 강도를 최적화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합금의 결합체다. 캔의 몸체는 망가니즈가 포함된 AA3104 합금, 뚜껑은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AA5182 합금이 주로 사용된다. 작은 캔 하나가 보여주는 순환 속도는 경이롭다. 쓰고 버려진 캔이 재활용되어 다시 차가운 음료가 담긴 새 캔으로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0일에 불과하다.
이러한 빠른 회전율 덕분에 알루미늄 캔 재활용 공정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원 순환 모델로 손꼽힌다. 재활용성이 높은 데다 모든 제품의 합금 비율도 같기 때문에, 따로 수거하면 품질 손상 없이 새 알루미늄 캔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사실상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더 놀랍다. 원광석인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새로 추출하려면 전기분해 등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재활용하면 광석에서부터 생산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최대 95%까지 절약할 수 있다. 더군다나 캔투캔(can to can)은 이론상 무한한 재활용성을 지닌다.
다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재활용 성적표는 크게 떨어진다. 국제알루미늄협회(IAI) 조사에 서 한국의 알루미늄 캔 수거율은 96%로 높지만, 실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질이 저하된 알루미늄 제품으로 재활용돼 10년 내 폐기되거나, 일회용 철강 부자재로 쓰이며 폐기 수순을 밟는다.
그렇다면 왜 알루미늄 재활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가? 가장 큰 난제는 바로 분류(Sorting) 기술의 한계와 합금(Alloy)의 복잡성에 있다. 알루미늄 합금의 종류는 400여 가지에 달한다. 가령 음료 캔이나 건축 자재에 주로 쓰이는 3004 합금과 선박, 자동차 연료 탱크에 쓰이는 5052 합금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3003 합금 역시 화학 및 식품 가공 분야에서 별도의 처리 과정을 요구한다. 항공이나 자동차 분야에서는 극도로 정밀한 합금 비율을 요구하는데, 현재의 무분별한 수거 및 파쇄 방식으로는 이러한 ‘합금별 선별’이 불가능해 스크랩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을 유발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첨단 기술들로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안이나 자력 선별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엑스레이 투과 기술이 원자 밀도를 분석해 알루미늄을 정밀하게 골라낸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하여 금속의 순도를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학습하여 분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알루미늄은 이론적으로 영구적인 생명을 가졌지만, 우리가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기물에 불과하다. 기술과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95%의 에너지 절감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이제 국내 산업계도 단순한 수거를 넘어 AI 기반의 정밀 선별 기술 도입과 합금별 순환 시스템 구축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60일의 마법’을 모든 알루미늄 제품으로 확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순환경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