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뿌리업계의 대응방안은?

노동시간 단축, 뿌리업계의 대응방안은?

  • 뿌리산업
  • 승인 2017.11.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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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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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전반 충격 완화 전략 및 각 분야별 맞춤 지원 전략 필요
“저임금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최근 뿌리업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해석을 통해서라도 현재 주당 68시간까지 허용되는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논의가 됐던 노동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현 정부의 주요 노동 관련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OECD에서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의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노사정 모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다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뿌리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주물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공업용로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장비로 노동시간 단축은 뿌리기업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사진=뿌리뉴스)

뿌리업계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공정 특성으로 인해 공장라인을 24시간 가동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납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단납기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하락 또한 뿌리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주물과 열처리, 표면처리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로와 가열로 등의 공업용로는 장비 특성상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다수 뿌리기업들이 주야2교대를 통해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주5일제를 실시하는 뿌리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공업용로는 계속해서 가동할 수 밖에 없어 생산을 하지 않고도 전기요금은 지출할 수 밖에 없다. 즉 그만큼 손해가 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간 단축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력 보강이 필요하지만 3D업종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등으로 인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기업들로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설사 인력을 보강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상승한 인건비 또한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으며, 미숙련 직원들을 채용할 경우 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상당수 뿌리업종이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수주산업이란 점에서 납기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형업계에서는 “국내 금형산업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수출 세계 2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금형업계의 납기 경쟁력이 절대적이었다”며 “노동시간이 단축될 경우 단납기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뿌리업계에서는 우선 자구책으로 생산성 재고를 위한 설비도입, 임금 체계 개편, 해외 진출 가속화,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도 인력난에 시달리는 마당에 신규 인력의 대규모 충원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로봇을 포함한 자동화설비와 함께 신형 공정장비 등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상여금 위주의 임금체계를 기본급 위주로 개편하여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줄이고,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뿌리업계 인사들은 정부가 업계의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수 (주)영신특수강 상무이사. (사진=뿌리뉴스)

박성수 (주)영신특수강 상무는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은 뿌리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우선 대기업과 중기업, 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로 미치는 영향과 함께 각 업종별 차이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 합니다. 일괄적인 잣대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애써 자생해온 기반 제조업이 붕괴해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스므드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한 제조업 전반 충격 완화 전략을 세우고, 각 분야별 맞춤 지원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전체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의 저임금 장시간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단조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주5일제를 도입할 때 재계와 언론, 야당 등에서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난리를 쳤었다. 그런데 주5일제 도입해서 망했나? 아니다. 오히려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오락과 문화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삶의 질도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뿌리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과거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후진국 시절의 ‘노동자 쥐어짜는 임금 따먹기’로만 버틸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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