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정책보다 수요 대기업 인식 전환 우선
공정거래정책보다 수요 대기업 인식 전환 우선
  • 엄재성 기자
  • 승인 2018.04.11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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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뿌리업계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납품단가 정상화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물업계는 지난 2월 총회에서 납품단가 미인상 시 생산 중단을 결의하고, 지난달 한 차례 회의를 통해 4월 26일까지 납품단가 협상기한을 연장했다. 단조업계 또한 최근 3~4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된 경영실태를 공개하며, 수요업체들에 납품단가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뿌리업계가 이처럼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원부자재 가격 및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제조원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반면 납품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반 기업적 정책’으로 인해 뿌리업계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 뿌리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일련의 노동정책들이 무작정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뿌리업계 인사들은 상시적 인력난을 겪는 뿌리업계의 경우 대기업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근무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해주고 싶어도 현재와 같은 납품단가를 받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납품단가 정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들의 ‘갑질’이다. 주물업계의 한 CEO는 “조합 차원에서 나서서 생산 중단을 이야기하면 수요처에서는 ‘당신들 생산 중단 할 테면 해봐. 우리는 납품업체 교체하면 되니까’라는 식으로 나온다. ‘너희들 아니어도 납품할 업체는 널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조합이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조합 차원에서 단체 행동이라도 하는 주물업계와 단조업계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다른 업계는 그마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뿌리업계 인사들은 대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납품단가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이 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가 자신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고등학생 시절 배운 사회교과서에는 “사회를 바꾸는 데는 정부의 정책보다도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물론 정부의 공정거래정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뿌리업계가 처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곧 자신들의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 하에 뿌리업계를 하청업체가 아니라 자신들과 동등한 협력자로 받아들이려는 대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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