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현장에서 1) 정부, 통상 협상 능력 제고 시급

(이슈 - 현장에서 1) 정부, 통상 협상 능력 제고 시급

  • 철강
  • 승인 2018.07.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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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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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은 정치·외교, 산업별 전문가 육성이 필수과제
정부 통상 조직 정비 필요, “통상교섭본부 외무부로”

각 국의 철강 수입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통상 협상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철강 수입규제는 WTO(세계무역기구) Rule(규범)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빈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전문가 부족 등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정부 조직상으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편재된 통상교섭본부다.

지난 326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조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초로 미국과 합의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양측 협상 주체는 산업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함께 진행했다.

232조 조치와 관련, 25%의 관세를 무는 대신 쿼터(‘15~’173년 평균의 70%)제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산업부는 국가 면제 조기 확정으로 비록 수출량이 2017년 대비 26% 줄어들기는 하나 우리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 품목별 쿼터량이 발표된 이후에도 실제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쿼터 적용(개시) 시점과 적용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쿼터 이상 수출은 절대(관세를 물더라도) 안되고 이월 역시 불가능하다는 세부 조건을 사전에 확인했는지 의문이 가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타결시킨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유공정 무역을 존중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무리한 문제 제기에 부응해 양보하는 협상이 되었다는 것은 나쁜 선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원천적인 문제로 철강 분야 쿼터는 국제 통상규범 상 인정되지 않는데 스스로 232조 법 위반을 인정하는 모양이 됐다. 따라서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받을 경우 거절할 명분을 상실한 것도 지적 대상이다.

특히 협상의 가장 기본인 적용 시점과 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협상 타결은 우리의 미숙과 서둘렀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또한 상대방은 정치적 목적과 수단을 사용하는데 산업부로서는 내세울 카드가 별로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정치외교적 대응과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통상부가 나서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교섭 업무를 외교부 산하로 옮기는 수순이 필요하다.

한편 이번 협상을 주도한 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이력을 보면 1981년 이후 통상, 특히 철강 수입규제 전문가로 일했다. 2017년 트럼프 정부에서 USTR 대표로 임명돼 NAFTA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

또한 라이트하이저 사단이라고 불리는 로펌과 무역대표부 출신의 통상 및 협상의 최고 전문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결국 오랜 기간 철강을 위주로 통상 문제를 다뤄온 미국 전문가들이 이번 협상을 주도했다.

우리 측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미국과 한국의 로펌에서 국제 상사 중재 등 협상 업무를 경험했다. 또 외교부에서 통상 전문가로 일하다 2004년 통상교섭본부장(당시 외무부 산하 장관급)UN대사 등을 역임했다. 역시 30년 넘는 통상 부문의 경험을 갖고 있다.

나머지 우리 측 대표들도 포괄적인 통상 부문에서의 경험은 인정된다. 그러나 김 본부장을 포함해 철강 부문에 특화된 경험은 별로다. 이 부분에서 미국 대표들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우리 관료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특정 산업에 대한 경험 축적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략 2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업무 변경 제도 때문이다.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각 국과의 무역마찰과 통상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공급과잉 해소가 쉽지 않은 철강산업에서 더욱 그렇다.

국가적 차원에서 통상 부문 조직 정비와 전문가, 특히 분야별 통상 전문가 양성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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