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과 미국의 232조
머피의 법칙과 미국의 232조
  • 엄재성 기자
  • 승인 2018.07.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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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성 기자편집국 취재2팀
엄재성 기자 편집국 취재2팀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업계 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가들이 미국의 232조로 인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 세계 철강업계와 비철금속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된 232조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실행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제품과 비철금속제품이 미국의 철강산업과 비철금속산업을 포함한 제조업계를 위협하고,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의 정당성을 앞세우며 “철강이 산업의 기본이다. 철강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발언까지 하기도 했다.

그런데 232조가 정말 미국의 제조업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주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철강금속 전문지 AMM에 따르면 232조가 시행된 이후 기초소재인 철강제품과 비철금속제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와 관련된 제조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을 상징해 온 오토바이 제조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최근 EU가의 보복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일부 생산물량을 해외로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GM은 한술 더 떠서 자동차산업 관련 단체와 주정부 정치인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생산기지의 멕시코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오하이오주 등에서는 이미 상당수의 GM 소속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할리 데이비슨과 GM 외에도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232조로 급등한 기초소재 가격으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정리해고를 시행하였으며, 일부 업체들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까지 추진 중이다.

특히 Trade Partnership Worldwide LLC의 보고서에 따르면 232조로 인해 미국의 철강 및 비철금속 분야의 일자리가 1개 생길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는 약 16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처럼 좋은 의도로 추진한 일이 나쁜 결과만을 불러올 때 우리는 이를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232조도 마찬가지이다. 명분은 ‘미국의 제조업과 노동자를 보호한다’였지만 지금 232조는 오히려 미국의 제조업체를 경영난에 빠뜨리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로 이끌고 있다.

물론 미국의 관세는 미국 정부가 정할 일이다. 하지만 전 세계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오면서 추진한 정책이 정작 자국 기업과 노동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머피의 법칙에 빠진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재검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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