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피고아, 바둑에서 배운다

공피고아, 바둑에서 배운다

  • 철강
  • 승인 2018.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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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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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친데 덮친 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에 세계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이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세계적인 보호무역 강화는 결코 반갑지 않다.

  이 와중에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바둑 이야기를 왜 꺼내는지 의아한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바둑 명언 중에 ‘공피고아(攻彼顧我)’라는 말이 있다. 흑과 백이 순리대로 돌을 하나씩 두어 완성해가는 바둑은 여러 면에서 음과 양의 조화를 중시한 동양 철학이나 사람의 인생, 나아가서는 인류의 역사를 닮았다.

  특히 승부가 판가름 나는 한 판의 바둑 안에는 너와 나, 아군과 적군, 자사와 경쟁사가 펼치는 무한경쟁에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바둑 격언 중에는 우리 인생이나 사회생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공피고아’라는 명언을 비롯해 10가지 바둑 원칙들을 담은  ‘위기십결(圍棋十訣)’은 예부터 바둑을 너머 우리 인생사, 기업경영에 많은 깨달음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 ‘공피고아’는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나를 돌아본다’는 뜻이다. 즉,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기의 진영을 굳건히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동양의 지혜들은 대부분 자신을 돌아보는 단계가 첫 번째임을 가르친다. 손자병법에도 ‘선승후전(先勝後戰)’,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겨 놓고 싸운다는 ‘선승후전’ 안에는 먼저 자신을 단련하는 데 힘써야지 남을 어떻게 이길까만 궁리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 손자는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게 만들고 이어서 내가 적을 이기게 될 때를 기다린다. 불패(不敗)는 나에게 있고, 이길 수 있음은 적에게 있다”고 말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에서도 관건은 상대방을 파악하는 ‘지피(知彼)’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헤아리는 ‘지기(知己)’에 있다. 일단 나를 잘 파악해서 불태(不殆)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동양의 지혜들은 대부분 ‘싸움을 걸어놓고 이기려 하지 말고, 이겨놓고 싸움을 걸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즉, 먼저 나를 강하게 단련하여 허술한 구석이 없게 하면 적이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바둑에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수를 읽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수를 두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수와 나의 수를 예상해서 불태(不殆)를 노리는 것이 올바른 ‘수 읽기’라는 뜻이다.

  안팎으로 변화가 극심하고, 걸림돌이 많아지는 이때 나 자신,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는 동양의 지혜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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