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순혈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포스코, 순혈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 정하영 기자
  • 승인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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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遺傳學) 관점에서 잡종 강세는 정설(定說)로 통한다. 유전자가 서로 더 많이 섞일수록 더 우세한 개체가 태어나게 된다. 식물의 경우 잡종일수록 수해나 가뭄 등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성장 속도, 키, 열매의 질 등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잡종우세의 반대어는 아니지만 순혈주의(純血主義), 단일 민족주의(單一民族主義)라는 말이 있다. 순수한 혈통만을 선호하고 다른 종족의 피가 섞인 혈통은 배척한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한족(漢族) 중심주의, 유대인들의 선민사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의 장점은 민족 내의 단합과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순혈주의, 단일 민족주의는 타 민족과의 융화를 어렵게 하고 지배구조의 계층화가 발생해 타민족과의 접촉은 이유를 막론하고 부정적, 공격적으로 대하게 만든다. 독일 게르만족의 유대인 학살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은 곧잘 살아있는 생명체로 비유되면서 순혈주의를 경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순혈주의는 위화감과 파벌을 만들게 한다.
공적 시스템에 사적 입장이 개입할 여지도 적지 않다. 특히 유전적 측면에서 우수 유전자(인재)의 생성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적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현대적 표현으로 잡종은 융합과 통섭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순종(純種)적 시스템으로는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현재와 미래에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대부분의 우수 기업들은 빠르게 순혈주의를 버리고 융합과 통섭,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순혈주의의 대표였던 현대자동차가 디자인 부문에서 해외 전문가를 과감히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독일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연료전기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도 맺었다.

최근 LG그룹도 신임 구광모 회장 이후 첫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 대부분을 유임시키는 등 안정을 우선했지만 외부 전문가 영입은 아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과감하게 순혈주의를 깨뜨렸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3M), (주)LG 경영전략팀장 홍범식 사장(베인&컴퍼니) 등이 대표적이다.

철강금속 업계의 맏형 포스코도 계열사인 청암재단 이사장에 첫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전 이화여자대학교 김선욱 총장을 새로운 5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재단 운영의 전문성과 공익성 강화라는 목표에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의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짐작된다.

지금 업계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는 새롭게 취임한 최정우 회장의 첫 임원인사다. 곧 발표될 그룹 임원 인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포스코의 변화와 방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극단적 순혈주의로 마피아에 빗대어 ‘포피아’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포스코가 내부 병폐(病弊)와 환부를 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려면 유능한 외부 인사의 영입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는다.
그리스와 달리 유구한 세월 역사를 주도했던 로마 성공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피정복자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했던 그들의 순혈주의 포기, 다양성 인정과 변화에 대한 의지와 실행 덕이었다.    

변화무쌍하고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진정한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리더로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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