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경량화 소재 개발 확산…철강 ‘위기’ 비철금속 ‘기회’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 수요 감소 불가피
배터리 및 차체 경량화 소재 수요는 늘어나
충전 인프라 확대…철강·비철금속 수요 확대 핵심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는 자동차 산업의 트렌트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최근 들어 차량뿐 아니라 배터리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1~2017년 기간 72%의 고성장을 보이며 2017년 누적 2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배터리 가격 하락,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경쟁적 전기차 출시계획에 따라 자동차 전동화 시대가 본격 개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기존 산업과의 연관성, 부품업계 네트워크 등을 감안하면 일정 기간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는 공존하겠지만 머지않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전기자동차가 좌우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95%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2030년 시장의 약 절반 정도로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EA 자료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 자동차의 2020년 세계 시장은 약 550만대로 예상되며, 2017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대 초에 이르면 준중형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이 동등해지고, 성능 또한 향상되어 전기차 수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자동차 업계의 발 빠른 변화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2020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양한 모델 출시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업체인 GM과 포드와 테슬라는 향후 190억달러를 전기차 개발과 상용화에 투자할 계획이며, 독일 업체들은 520억달러, 중국 업체들은 2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GM은 2023년까지 20종의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포드도 2025년 중국에서만 15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BMW는 2017년에 10만3,000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자동차를 판매한 후 2018년 14만대, 2019년 50만대로 늘리고 2025년까지 12종의 배터리 전기차를 포함해 25종의 전기동력 차량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50종류의 전기동력 차량을 출시하여 연간 300만대 판매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며, 아우디는 ‘Audi.Vorsprung.2025’ 전략을 수정해 2022년까지 중국
에서 4개의 전기차 모델 개발을 포함해 2025년까지 2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연간 8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다임러벤츠는 117억달러를 투자해 2022년까지 10종의 배터리 전기차, 40종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며, 르노는 닛산, 미쓰비시와 제휴하여 2022년까지 12종류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장안자동차는 2020년까지 34개의 플랫폼을 개발해 21개 배터리 전기자동차 모델, 12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며, 2025년 이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완성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판매차량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면서 부품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오리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증가율은 완성차 기업의 투자증가율을 상회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일반 자동차부품인 울트라캡(Ultra capacitor), 공조, 바디, 트림, 브레이크, 내장재, 타이어, 전자 분야의 업체들은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반면 엔진, 변속기, 배기 관련 부품업체들은 사업전환을 위해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2017년 1만3,303대의 배터리 전기차와 346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61대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판매됐는데, 배터리 전기차의 충전 성능이 향상되고 모델도 다양화되면서 2019년부터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계획’에서 충전인프라 구축 및 법제 마련을 통해 2020년까지 20만대(누적 기준)의 전기자동차 보급을 추진했으나, 이를 수정해 2022년 35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국내 배터리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파나소닉이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철강 - 파워트레인 부품소재 수요 감소, 초고장력강 사용 증가
이 같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로 인해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대체되면 엔진이나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부품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에 사용되는 철강 및 비철금속 소재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아직까지는 부품업계의 공급망 사슬이 공고해 보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결국 부품업계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자동차 엔진은 알루미늄 주물로 대부분 만들어지고 변속기 부품은 철강 특수강, 배기시스템에는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배기가스에서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촉매에는 백금이 사용되는데 전기자동차에는 이러한 부품이 전부 사라지게 된다. 아직까지는 순수 전기차 보다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가 더 많아 기존 부품과 전기차 부품업계가 공존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연기관 부품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부품 대신에 전기에 의한 동력전달 부품이 사용된다. 또한 배출가스가 없기 때문에 배기 부품 또한 사라지게 된다. 변속기 부품에 사용되는 특수강이나 배기관과 머플러 등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수요가 없어질 것이란 얘기다. 대신 차체 경량화를 위한 초고장력강이나 전기모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체 경량화를 위해서는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카본 소재 사용이 증가하겠지만 철강 소재의 경제적 특성은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자동차 소재가 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포스코가 내세우고 있는 ‘기가스틸’이 대표적인다. 기가스틸은 강도 특성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여 훨씬 얇은 판재로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강 소재 가운데 차량 경량화 효과가 가장 탁월하다.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카본 등의 소재에 비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서 미래의 양산차에도 가장 적합한 소재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 외에도 세계 유명 철강사마다 초고장력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철강제품은 무방향성 전기강판(NO)이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연자성 재료 중에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로, 최근 전기에너지 사용의 증가와 맞물려 그 사용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동모터용 소재로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데 제조상의 높은 기술적 특성으로 세계적으로도 일부 철강사만 만들 수 있다. 전기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줄인 저철손 NO가 전기차 시대의 핵심 소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비철금속 - 배터리 등 신수요 창출 ‘기회’
비철금속 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알루미늄 주물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반면에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전기모터에 사용되는 비철금속 수요는 증가가 예상된다. 전기차 시대에서는 비철금속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현재 배터리 소재는 알루미늄 29%, 동 25%, 리튬 5%, 플라스틱이 11% 정도 적용되고,, 전기모터에는 철강 50%, 동 34%, 마그네틱 8% 정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생산이 늘수록 해당 소재 수요는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춰지기 때문에 동 소재 적용 확대가 예상된다. 배터리와 모터 외에 각종 전장품의 소켓, 리드프레임 등에 적용이 증가하고 충전 인프라에도 막대한 양의 동 소재 적용이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희소금속으로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또 다른 이차전지 원료로 코발트, 니켈, 망간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기모터 등의 전자석 사용량 급증에 따라 네오디뮴 사용도 늘어나고 네오디뮴 전자석의 고온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디스프로슘의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ME Week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 이슈였다. 아직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xEV 비중은 낮고, 중국의 보조금도 줄어들고 있어서 당장 강한 수요를 기대하기는 제한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각국에서 시행되는 친환경 정책이 수요를 더욱 빠르게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상응하는 비철금속의 수급 구조 변화 역시 주목되고 있다.
전기차의 차체가 전기동과 알루미늄 등 메이저 금속의 수요처라면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LiB)는 니켈과 마이너 금속인 리튬, 코발트의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LiB는 음극재와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양극재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가 코발트와 리튬이고, 망간과 니켈, 알루미늄도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LiB 셀 소재로 사용되는 소재 수요는 2025년까지 연평균 16%의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