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에 분 발라 볼까요
공장 굴뚝에 분 발라 볼까요
  • 박진철 기자
  • 승인 2019.01.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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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굴뚝에 회사 로고 박아서 회사 알려봐야 좋을 거 없다. 환경 관련 민원이나 들어오지.”

얼마 전 한 철강 제조업체 관계자가 투박한 공장 굴뚝이나 민무늬 담장에 회사 로고나 부드러운 이미지를 입혀 환경도 개선하고, 홍보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의를 했다가 상사에게 들은 핀잔이라고 한다.

사실 철강 제조업이나 유통업 자체가 엔드유저(End User)라고 할 수 있는 일반 소비자들을 직접 접하는 산업이 아니다 보니 이처럼 홍보 마인드가 부족하다거나, 오히려 홍보가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식의 반응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이나 ‘환경경영’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언제까지나 굴뚝 산업으로서의 폐쇄성에 머물러 있는 것은 능사가 아닐 것이다.

최근 인천 내항의 사일로(Silo)가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사일로에 그린 벽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에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일로는 인천내항 7부두에 위치한 시설로 대두, 옥수수, 밀, 수수 등 수입곡물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이 사일로는 1979년 건립돼 40년이 지난 노후시설로 그간 거대한 규모와 투박한 외관 때문에 위압감을 주며 위험시설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사일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랜드마크화해 지역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사일로에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추진했다.

둘레 525m, 높이 48m로 아파트 22층에 달하는 사일로의 규모 때문에 벽화를 기획하는 데만 8개월, 그리는 데 약 100일이 걸렸다고 한다. 투입 전문인력은 총 22명, 사용된 페인트 양은 86만54,00리터, 시공비는 5억5,000만원이다.

그런데 사일로 하면 보통 곡물 저장 창고를 떠올리지만, 철강산업에도 사일로가 이용된다. 석탄, 무연탄, 철광석 등 철강 원료의 저장설비로 사일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일로는 원통형의 밀폐형으로 환경오염을 원천적으로 예방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밀폐형의 친환경적인 원료 저장시설은 우리나라가 뛰어나다.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할 수밖에 없다 보니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사일로나 밀폐형의 원료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노력에 조금 더 힘을 보태 인천항 사일로와 같은 이미지 개선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네스북에 등재된 인천항 사일로 시설처럼 우리 철강산업에서도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더욱 신경 쓰는 업체들이 많아져 철강 산업단지나 공단에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굴뚝이나 벽화들이 점점 늘어나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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