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는 것이 소통이다
들어주는 것이 소통이다
  • 박진철 기자
  • 승인 2019.10.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성인(聖人)의 성(聖) 자는 ‘성인’이나 ‘임금’, ‘거룩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 성(聖) 자는 귀 이(耳)자와 입 구(口) 자, 천간 임(壬)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 성(聖) 자는 본래 ‘총명한 사람’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는데 성(聖) 자의 갑골문을 보면 큰 귀(耳)를 가진 사람이 까치발(壬)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口)을 잘 들어주는 상황이 그려져 있다. 곧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대중들의 고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듣고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즉문즉설’이라는 강연을 펼치면서 이 시대 멘토로 각광받는 승려분이 있다. 법륜 스님이다.
그런데 한 번은 이 즉문즉설 현장에서 어떤 아버지가 아들과 얘기한 지가 100일 정도 됐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한 법륜 스님의 즉설은 “자기가 잔소리하니까 그렇다.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들어만 주면 얘기 잘 된다”였다.

이어 법륜 스님은 “지도자의 말을 국민이 잘 들어줘야 되나, 국민의 말을 지도자가 잘 들어줘야 되나. 어떤 게 소통의 지도자인가”라며 “북한 김정은이가 말하면 밑에 사람들이 잘 듣나 안 듣나? 그러면 그게 소통인가? 그건 독재다. 지금 자기는 자녀들에게 독재하려고 하는 거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이 아버지가 “아들 방에 돈봉투도 가져다 놓고 차를 사는 데 돈을 보태주기도 하는 등 나름 노력했지만 관계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자 법륜 스님은 “그게 자녀들을 사람으로 안 대하고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것”이라면서 “돈 좀 갖다 놓고 유혹하고 설득하고, 그러다 말 안 들으면 성질 내고. 그런 것이 바로 당근과 채찍이다.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들고 북한을 65년 채근해도 나아진 것이 없다. 간섭을 줄이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부터가 소통이다”라고 조언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애초 성(聖) 자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나 ‘총명한 사람’을 뜻했다. 하지만 후에 그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성인’이나 ‘거룩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비즈니스 사회에서 중요시되는 소통이든, 동양 사상에서 중요시되는 거룩함이든 모두 잘 듣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