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발장이 될 뻔했던 사나이의 전화위복(轉禍爲福)

장 발장이 될 뻔했던 사나이의 전화위복(轉禍爲福)

  • 컬럼(기고)
  • 승인 2019.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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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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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발표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프랑스 라브리 지방의 노동자로 살림이 가난했다. 배고파하는 가엾은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는다.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4차례 탈옥을 시도하다 잡혀 결국 19년 징역형을 사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진다. 

국내에서도 장 발장의 처지가 될 뻔했다가 주위의 온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청년이 있다. 지체 장애 6급인 A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열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한 마트에서 빵 등의 식품을 훔쳤다가 붙잡힌다. 그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냐”며 안타까워 했다. 

다행히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업체가 있었다. 포스코 그룹 계열 사회적기업인 포스코휴먼스가 그 주인공이다. 딱한 사연을 접한 포스코휴먼스 측은 A씨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고 그를 돕고 있는 광주 북부경찰서에 취업 지원을 제안하게 된다. 구직을 원했던 A씨는 그 제안에 선뜻 응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아야 할 포항까지 올 차비가 없자 회사는 사람을 보내 A씨를 데려오는 등 편의까지 봐주었다. 덤으로 합격 선물까지 주었다.  

A씨가 하는 업무는 포스코 제철공장 등에서 세탁물을 수거하는 것이다.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회사는 이주비와 임시 거주처 마련에 도움을 주고자 임금을 선 지급하거나 주거 안정 자금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직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이제는 먹고살만해졌으니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A씨와 같은 장애인들의 설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A씨가 빵을 훔치게 된 것은 도벽 때문이 아니다. 돈을 벌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않으니 결국 이성 잃은 행동을 하고 만 것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다. 법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장애인을 소속 공무원의 3.4% 비율로 고용해야 하고, 상시 50인 이상의 민간 기업은 3.1%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만약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야하고, 지키면 고용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마다 장려금보다 부담금을 내는 업체가 더 많다고 한다. 1991년부터 시행되었음에도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더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장애인들도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편견으로 바라보지 말고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부담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34개소가 의무고용 불이행으로 부담금을 냈다고 한다. 베풀지 않으면 아무리 부(富)가 많아도 국민적 기업이 될 수 없다. 이것은 깊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기업은 곧 사람이고, 인재는 중요한 자산이다’며 인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한 총수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그룹은 장애인 의무고용 꼴찌로 밝혀지며 그 말이 허언(虛言)이었음이 밝혀졌다. 

기업은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수익을 사회로 환원하며, 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의 본보기가 되어야만 영속기업이 된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상황이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향해 따뜻히 손을 내미는 포스코휴먼스와 같은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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