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을 고발하겠다는 신입사원
인사팀을 고발하겠다는 신입사원
  • 박진철 기자
  • 승인 2019.12.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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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90년생이 온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노오력의 배신’‘아,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공정하지 않다’

요즘 신입사원 세대들 특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베스트셀러들이다. 이러한 제목들을 보고 있으면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어” “열정적으로 일하는 신입사원을 찾기 어렵다”는 기성세대들의 불만과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는 듯하다.

‘90년생이 온다’에는 어느 신입사원의 인사팀 고발 운운 에피소드가 나온다. 한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에서 일부 신입사원들이 규율을 어기고 음주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인사팀에서는 전체 신입사원을 불러 모아 단체 얼차려를 주었다. 그런데 얼차려가 끝난 후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얼차려를 받았던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졌다. 급기야 인사팀을 찾아와 불합리한 처사에 수긍할 수 없었고 고발할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한 번은 넘어가겠다고 말하는 신입사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고도성장 사회에서 통했던 키워드인 열심히, 함께, 희생, 노력 등에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합리성, 공정성,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 같은 키워드에 더욱 가치를 둔다.

이들은 말한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도 버려지는 일들을 이미 많이 봤다고. IMF 당시 구조조정 속에 많은 가장들이 일터를 잃었다. 그 이후 금융위기 때는 연장자나 상위 직급에만 해당했던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들까지 포함되는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시기에 그들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형이나 누나가 열심히 몸 바쳤던 회사에서 버려지는 일들을 이들은 다른 세대들보다 많이 겪었던 것이다.

그래서 신세대들은 말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열정을 바쳐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은 이제 없다고. 이제는 서울의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예전의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 애초에 진입장벽부터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호봉제를 중심으로 했던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성과를 중심으로 한 연봉제가 등장하면서 신입 세대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면 이 신입 세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라거나, 사회성이라고는 없는 꼴통으로 치부해야 할까. 하지만 90년대생은 이미 조직에서는 신입사원이,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되어 우리 곁에 있다. 기성세대와 신입 세대가 함께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차피 어떤 세대를 건너뛴 역사는 그야말로 이뤄질 수 없는 공상에 불과하니까.
 
 따지고 보면 세대 차이를 둘러싼 불만은 인류의 오랜 숙제다. 저 이집트의 고대 피라미드에서조차 “요즘 애들 꼬락서니를 보니 말세가 멀지 않았다”는 등의 말이 아로새겨져 있다고도 하고, 소크라테스 선생도 “요즘 젊은 것들은 권위를 무시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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