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대부분인 도시를 벗어나 멋진 자기 집을 스스로 지어 보는 꿈을 꾼다. 해외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로 나오는 그림 같은 멋진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집 정도는 짓는 것이 어렵지 않다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생각과 다른 실제 공사, 고집불통인 인부들, 왠지 바가지 쓴 것 같은 자재, 늦어지는 완공 등으로 다시는 집짓는 일을 안 하리라 다짐한다.
신규 설립(Greenfield)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집을 처음 지어보는 사람이 부딪치는 여러 난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M&A와 신규 설립은 서로 적합한 분야가 명확함에도 의외로 M&A의 대체 안으로 끝까지 저울질하여 시간낭비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왜 신규 설립을 끝까지 대안 중의 하나로 고민할까? M&A 대상이 너무 비싼 가격을 요구하기에 인수자의 협상용일수도 있고, 해당 대상에 불필요한 부분이 많아 필요한 사업으로 처음부터 만들어 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이유일 수 있다.
기존 회사가 없는 새로운 분야이거나 소수의 인력 운영을 바탕으로 유형 자산이 절대적 가치를 차지하는 플랜트·제조업에는 신규 설립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회사가 있는 분야에서 특히, 영업력과 브랜드 등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 신규 설립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어떤 기업은 절충안으로 큰 인수대상은 너무 초기 투자액이 많이 들어가니 조그만 회사를 인수해서 이를 키우면 될 것이라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이 역시 성공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미 해당 업종의 선도 기업이 우월한 입지를 잡고 있으면 아무리 인수자가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하다고 하더라고 신사업에 진입하는 경우에 쉽게 차이를 좁히기가 어렵다. 모 글로벌 사모펀드는 인수대상을 고를 때 반드시 해당 업종의 1위 또는 2위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3위 이하이면 의미 있는 개선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신규 설립은 가능한 사업 유형이 명확하다. 이미 그 사업을 하고 있는 상대에게 위협이 될지 여부는 쉽게 판가름 난다. 해당 업종에 너무 큰 기업이 우뚝 서 있다면 차라리 그 업종을 포기 하거나 그 기업이 흔들리는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 링 위에 헤비급 권투선수가 있는데 굳이 플라이급 선수로 올라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