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신문의 날, 신문을 들여다 보다

황병성 칼럼 - 신문의 날, 신문을 들여다 보다

  • 컬럼(기고)
  • 승인 2020.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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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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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 아니하고, 모두 조선 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할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언하여 주려 함. …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할 터인 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폐일 터이요, 사사 백성이라도 무법 한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임.’

1896년 4월 7일 우리나라 최초 민영 일간지 독립신문 창간 사설이다. 이 사설은 창간 당시 사장이었던 서재필이 썼다고 한다. 이 내용은 신문의 역할과 방향을 잘 제시해 주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 신문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공기(公器)로서 신문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최고 가치이며 존재 이유다. 철강금속신문은 그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독립신문이 창간한 4월 7일 신문의 날을 보내며 언뜻 드는 생각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먹었던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최대한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신문의 창간 정신이 그것이다. 독자들과 한 약속이기에 권력에 굴하지 말고, 거대 자본에 이용당하지도 않아야 한다. 한눈팔지 말고 오직 진실만을 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이 잘 대변해 주는 단어다.

1994년 6월 철강금속신문 창간 당시 배정운 발행인(현 회장)의 창간사 중 독자들에게 한 약속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그 내용은 ‘세계 최강의 한국 철강산업 육성을 위한 봉사만이 유일한 지침임을 천명하는 바이며 이를 위해 자주적인 독립성, 엄정한 객관성, 균형 있는 사고로 신문의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이다. 정도 언론을 표방하는 본지의 창간 정신을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신문의 날을 보내며 깊은 반성과 함께 다시금 되새겨 본다. 

본지는 6월이 되면 창간 26주년이 된다. 그동안 철강금속업계의 대변지라는 말을 사훈처럼  생각했었다. 실제로 우리 업계를 위한 대변지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문신문의 역할인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제공은 우리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신문 창간과 모바일, 데일리 리포트 등의 서비스로 정보 갈증 해소에 노력했다는 것은 독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다만, 고해(告解)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혹시 창간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 있었다면 성찰(省察)을 통해 더 나은 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업계 유일 전문신문인 본지를 더욱 많이 활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업계를 더욱 잘 대변하려면 독자들의 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큰 힘이 되고 신문의 존재 가치를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 업계가 자랑스러워하는 신문, 그것이 궁극의 목적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신문의 날 표어로 ‘신문, 진실을 발견하는 습관’을 선정했다. 신문이야말로 진실을 밝히는 최상의 매체라는 점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했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누구나 영상 또는 글을 손쉽게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가짜뉴스가 마치 진실처럼 포장돼 퍼져나간다. 그것은 곧 부작용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가짜뉴스가 범람할수록 진실 보도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그것을 충족하는 것이 신문이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 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 신문의 날이다. 간혹 광고에 집착해 취재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을 종종 본다. 의도된 목적으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취재원에게 던지는 비(非) 상식적인 질문은 기자의 품위를 떨어트릴뿐만 아니라 자사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힌다. 이것은 정통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신문 본연의 자세가 아니며 역할을 망각한 행동이다. 본지는 이 점을 깊이 유념해 품위를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전문신문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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