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원 유혹 떨쳐내야
황병성 칼럼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원 유혹 떨쳐내야
  • 황병성
  • 승인 2020.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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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에 버금가는 경제 상황을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더 걱정이다. 1997년 IMF 위기 때는 몇몇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피울음을 삼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른 시기에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특히 수출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빠져들고 있고, 희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려움에 부닥친 국가들은 안방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글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업체들은 더욱 높아진 보호주의 문턱을 넘으려 모험과 같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관건이다. 암울한 현실에 직면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기우(杞憂)이기를 바라면서도 우려되는 것은 감원이 첫 번째 대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기업들의 분투에도 코로나19가 몰고 온 현실은 암담하다.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1분기 실적에 콧노래를 부르는 업체는 한 곳도 없을 정도다. 1∼4월 국가별 철강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나 감소한 것이 이것을 입증한다. 일감이 줄어들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특히 사람 줄이기가 항상 첫 번째이다. 올해 말 실업자 수가 291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걱정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5천 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일시 휴직자’ 수가 급증하는 것이 문제다. 이들은 통계상 취업자에 포함된다. 불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이들도 실업자로 전락한다. 취업자 감소와 일시 휴직자를 합하면 3월에만 180만 명이 일손을 놓았다. 이미 IMF 외환위기(148만9천 명) 때를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실업대란의 지옥문에 들어섰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개인과 가족에게는 엄청난 불행이다. 자칫 가정의 행복이 깨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도 피해가 큰 것은 마찬가지다. 생산능력을 파괴해 위기 후 반등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더불어 실업자 증가는 양극화, 가계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과감하고 창의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현금에 목말라 하는 기업에는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도록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과 영세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처럼 취급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민생의 문제이다. 각별히 신경 써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아브하지트 베네르지 교수는 한 포럼에서 코로나19 이후에는 경제성장률과 같은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코로나로 피해를 본 사람을 위로하고 보상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업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만약 이것을 등한시한다면 코로나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정부 신뢰 추락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 언론사가 설문조사에서 대기업 60곳, 중소기업 242곳을 대상으로 “올해 감원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93%인 280개 기업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도 직원을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안간힘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렇다. 기업이 직원을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리 국가가 지원책을 펼친다고 해도 유명무실해 진다. 코끝이 찡한 이 설문 결과를 보고 힘든 상황이지만 위안으로 삼는 직장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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