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주요 수요산업 경기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 하락
단기적으로 금융 및 세제 지원,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인력 등 경쟁력 강화 지원 필요
1분기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 불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뿌리산업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의 실적을 거두었지만, 2분기부터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수출과 내수 부문의 수요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 감소가 심화되면서 뿌리업계의 공장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뿌리업계의 경영상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알아보았다.
뿌리업계, 1분기 상대적 호실적·2분기부터 수요 감소에 공장 가동률 저하
전년 수준을 생산활동을 유지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부터는 뿌리업계 전반에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조업계에서는 수요산업인 자동차와 기계, 중장비 수출이 위축되면서 3월 중순 이후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3월까지는 일부 사무직에 한정하여 재택근무를 실시했지만 2분기 들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이 주력인 업체들의 피해가 매우 큰 상황이다. 국내 주조업계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업체들이 3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수출물량이 무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처럼 수출물량이 급감하면서 주조업계에서는 생산물량 감축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사실상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1분기 전년 대비 호실적을 거둔 단조업계 또한 2분기부터는 경영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5월부터 한일단조를 비롯한 일부 업체들은 주4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수요 감소로 인해 생산물량을 감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단조조합의 박권태 전무는 “단조업계의 최대 수요처는 자동차산업이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역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근 수년 동안 단조업계는 수출 증대에 힘을 쏟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수출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단조업계의 매출이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뚜렷한 반등의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기업의 자구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고 설명했다.
1분기 수출이 다소 반등했던 금형업계도 2분기 들어 수주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금형업계는 지난해 수주했던 물량을 생산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주물량이 바닥을 치면서 2분기부터는 공장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형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신규 수주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수출국들도 모두 경기가 부진하여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표면처리업계와 열처리업계 또한 수요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는 업체가 늘고 있으며, 설비와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용접업계는 최근 국제유가의 폭락과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조선 수주가 감소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중반과 같이 다수 업체가 구조조정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위기 탈출 위한 금융·세제 지원 및 경기부양책 통한 수요 창출 필요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뿌리업계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단기적 지원과 함께 뿌리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지원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뿌리업계의 경영난 해소에 역점을 두고,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코로나사태 지속 시 42.1%의 업체들은 ‘3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응답하였으며, 6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기업은 10곳 중 7곳(70.1%)에 달했다.
뿌리업계에서는 가장 필요한 정부의 지원책으로 금융 분야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금리 인하 유도(35.9%) ▲운전자금 절실업체에 보증한도와 상관없는 특례지원(31.4%) 등이 꼽혔으며, 세제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68.8%), 고용분야에서는 ▲ 65.6%) 등을 꼽았다.
판로 분야에서는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 비율 확대(46.7%)와 ▲대기업 납품대금 선수금 확대(36.4%)를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또한 ▲원자재 구매자금에 대한 대출 등 비용지원 강화 ▲수출 중소기업 지원 강화 ▲스마트공장 사업 참여 중소기업의 부담 경감 ▲인증 수수료 지원 확대 및 인증 규제 완화 ▲중소기업 환경 부담금 한시적 면제 ▲중소제조업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도 중요한 지원과제로 꼽협다.
코로나19 경제위기와 뿌리업계 인사들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피해가 훨씬 크고,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금융 관련 보증 확대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한도 확대 및 요건완화, 각종 인증 수수료 인하 및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 기업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조조합의 박권태 전무는 “현재 단조업계에는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업체들이 많은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더욱 강력한 기업 지원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3차 추경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통한 조달물량 증가를 통해 적극적인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 위해 제도 개선 및 기술·인력 육성·시장 개척 등 지원 필요
한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세계 주요국들이 경제정책 기조를 변경하고 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탈 세계화와 보호무역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뿌리업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단기적인 위기 대응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노동 및 환경 규제 완화 등 규제 완화와 납품단가 정상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실시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에 대한 보완 대책이다.
뿌리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에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뿌리업계에서는 여러 과제 가운데 올해부터 시행되어 중소 제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52시간제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여 탄력적 근로를 확대하고, 업종 및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화평법과 화관법 및 각종 환경규제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정책 중에 뿌리업계에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주52시간제이다. 현재 대다수 뿌리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당수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도기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에게 탄력근로 확대 등 확실한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 규제 완화와 함께 많이 거론되는 것은 납품단가 정상화와 기술탈취행위 제재강화이다.
주조, 소성가공, 용접,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뿌리조합들은 합리적인 납품단가를 책정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표준단가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해 4월 조직개편을 통해 표준원가센터를 신설한 중소기업중앙회는 같은 해 9월 한국생산성본부와 ‘중소기업 제품 시범 표준단가 산출’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뿌리업계에서는 납품단가조정협의 제도를 활용했었다. 하지만 제도가 있어도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신청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경제주체가 일한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월 ‘KBIZ중소기업연구소’를 출범시켰다.
KBIZ중소기업연구소는 ‘표준원가특별위원회’를 개최하여 납품단가 제값받기 지원방안 연구결과인 ‘중소기업 제품 적정대가 자가산출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중소기업 제품 시범 표준단가 산출연구’는 지수화 방식을 통해 단가 변화정도를 산출하고 중소기업이 공시된 물가자료를 통해 원재료가격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적정대가 자가산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선적으로 주물제조 관련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며, 후속연구를 통해 시스템 사용 업종 확대와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협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향후 뿌리업계가 납품단가 조정협의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또한 기술탈취행위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대기업들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뿌리업계에서는 납품단가 합리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변동을 적기에 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률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정부에서는 인건비 등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16일부터 수·위탁 거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약정서 발급의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 법률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수요기업들이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단가 협의를 무력화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주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탈취행위 외에 부당한 단가 인하 요구 등 불공정거래를 강요하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강력한 손해배상을 실시하게 하는 등 법 집행의 강제성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따르게 해야 뿌리업계의 자구노력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장기적 관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론되는 것은 기술 및 인력 지원, 시장개척 지원이다.
뿌리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 확보와 뿌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ICT 융합기술 적용 및 신소재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수요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플랫폼 조성을 통해 선진국형 뿌리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공장 보급 확대, 각 분야별 핵심뿌리기술 개발, 정부의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적극적 참여 등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스마트공장 보급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초보 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이 아닌 실질적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도화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요 수요대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소재·부품·장비산업 분야에서 기술 국산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 지원 외에는 뿌리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 뿌리업계에서는 각 조합을 중심으로 전문기술 교육, 기술경기대회 운영,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서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뿌리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지난해부터 뿌리산업의 스마트 융합화를 이끌어 갈 이론적인 지식과 실무 연구경험을 갖춘 석사 R&D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뿌리-스마트 융합특성화 인력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대학원 1개 기관을 선정하고 특성화대학원 2개를 선정하여 뿌리기업들과 함께 현장형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뿌리산업 내 부족한 기능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인 기술인재를 뿌리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외국인 체류자격 변경을 지원(D2, E9 → E7)하는 제도와, 외국인 추가고용을 위한 뿌리기업 확인서 발급업무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내국인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와 폴리텍의 경우 고용노동부 주관이기 때문에 센터에서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대신 기능경기대회 운영을 통해 청년층의 뿌리산업 유입을 장려할 계획이다.
또한 신시장 개척을 위해 각종 전시회 참가 지원과 함께 권역별 수출지원방안 또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뿌리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성덕 뿌리센터 소장은 “뿌리업계는 주로 대기업의 2~3차 벤더이며, B2B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많다. 수요산업의 제품혁신 속도에 맞춰 관련 기술들을 습득해야 한다. 자체 개발역량이 부족하면 공공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뿌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주력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중심이 되어 뿌리업계와 수요기업, 학계와 연구기관 등을 연결한 개발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규제와 관련하여 “우선 환경규제로 힘든 기업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환경규제를 피하기는 어려우며, 기업들도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뿌리센터에서는 선진국의 뿌리산업 운영 실태를 알아보고 국내 뿌리산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뿌리업계가 겪는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내 뿌리산업이 선진국형 친환경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