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판 ‘그린 뉴딜’에서 우선 해야할 것
(전문가 기고) 한국판 ‘그린 뉴딜’에서 우선 해야할 것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0.10.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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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핵원료 처리 산업 육성해야”

핵폐기물에는 강한 방사능을 뿜는 고준위 폐기물과 그보다 덜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고준위다. 한국은 지금 임시 수조에 쌓고 있지만 수조가 꽉 차면 재처리-직접 처분(깊은 땅에 영구 저장)-중간 저장(일단 임시 저장하며 처리기술 발전을 전망)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 30개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총 444기이다. 이 중 30년 이상된 원전 비중이 68%로 노후 원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가 있고 17기가 가동 중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이 12기나 된다. 이뿐만 아니라 해마다 700톤씩 핵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한국 원전산업의 문제점은 설계·건설 등 선행 주기 중심으로 원전산업 구조가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체·폐기물 관리 등 후행 주기 산업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은 원자로 수 기준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원자력발전 비중 34.5%)이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과)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과)

현재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핵쓰레기)는 원전 부지 내부의 임시 저장시설에 있다. 문제는 이 임시 저장시설이 곧 가득 차게 된다. 당장 경주 원전은 내년에 포화상태가 되고, 한빛 원전은 2026년, 고리원전 2027년 등 다른 원전의 여유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2016년 처리장을 짓기 시작해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오킬루오트섬에 영구처분장인 온칼로를 짓고 있는데 영구 보관될 터널 200개, 연료봉을 담은 특수 보관 용기인 캐니스터 3,250개가 저장된다. 

정부의 원자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원전 해체산업 관련 민관협의회를 열고 원전 후행 주기 분야에서의 기자재 해외 수출 사례 소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 후속조치 현황 및 정부 지원사항 등을 점검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원전 관련 기자재 수출과 같은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정부가 이들 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원전 해체 대비 조기 발주 등 정부 지원 계획 등도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주최하고 과기부, 산업부, 한수원, 부산시 등이 후원한 ‘2020 부산 국제원자력산업전’이 열렸다. 전시회에서는 한수원의 동반성장 사업설명회를 비롯해 우수 기술이전 상담회, 원전 해체 기술 로드쇼, 해외 원자력 동향 등이 함께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126개 기업이 356개 부스 규모로 참가해 원자력 발전사업·원전 건설·원전 해체 기술 및 사용 후 핵폐기물 산업 관련 각종 원자력 기자재도 선보였다. 매우 고무적인 행사로 원자력 관련 기업들의 평가도 좋았다.

특히, 정부가 주목할 원전 관련 산업은 사용 후 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사업이다. 그 좋은 성과로써 세아베스틸이 국내 최초로 작년 10월 미국에서 사용 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를 수주한 일이 있다. 한국 기업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사용 후 핵연료 처리 용기를 수주한 것이다. 세아베스틸은 1년 여간 연구를 통해 국제공인기구인 ASME(Americ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미국기술자협회)와 한국 원자력기술규격(KEPIC) 인증을 받았다. 무엇보다 CASK(저장용기) 제작 관련 국내외 기술 인증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돼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미국은 원자력의 아버지 격 나라다. 세아베스틸은 프랑스계 미국 자회사인 오라노 티엔(Orano TN)과 총 17기의 사용 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를 수주했다. 이뿐만 아니라 세아베스틸은 Orano TN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등록됐으며 Orano TN의 전 세계 공급망을 통해 미국, 유럽 및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세아베스틸은 원자력 품질에 있어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세아베스틸은 국내 다양한 분야의 30여 개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해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핵물질관리학회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사용 후 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 시장 규모는 124억달러(15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 한국은 해체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등에 비하면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기술개발(R&D) 지원과 수주 외교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만 있다면 우리 기업들은 원전 해체 기술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처리 관련 사업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 원자력 관련 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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