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 베푸는 삶 우선되길

황병성 칼럼 -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 베푸는 삶 우선되길

  • 철강
  • 승인 2020.12.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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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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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시골 마을은 소의 배설물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우분(소똥)을 소똥구리가 굴러서 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하찮은 소똥이 작은 미물에게는 알을 낳아 종을 번식시키는 귀중한 산실이었다. 아버지도 그 소똥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길거리에 널브러진 것을 일일이 모아 거름으로 활용하셨다. 그 거름은 땅을 기름지게 해 더욱 많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의 풍족한 먹거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제목 시중에는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구가 있다. 소똥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먹고사는 농작물의 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는 건축 재료와 연료로도 사용된다. 똥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삶이 몇 번이나 될까. 비록 소의 배설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더러운 것이 아니라 유익한 것이었다.   

코로나19로 모금에 타격을 입은 호주의 한 자선단체가 제품을 출시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제품이 특이하다. 100% 소똥에 ‘순전히 똥(Pure Shit)’이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고 한다. 소똥의 용도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 대신 정원, 화초를 가꾸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료로 공급된다. 소비자들은 좋은 취지에서 판매하는 소똥 비료에 1㎏당 약 2만 원의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한다. 판매 수익은 어린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 구매에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소똥을 기발하게 활용하는 자치단체가 있다. 사실 축우 농가에서 나오는 분뇨는 처리 곤란한 애물단지였다. 경북 영주시는 분뇨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색다른 해결책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소똥을 이용해 연탄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소똥 연탄은 화력이 4,000Cal에 이를 만큼 강력하다고 한다. 일반 연탄보다 유해가스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니 그 활용이 기대된다. 

철강업계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온실가스 줄이기이다. 각종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 업계의 오명(汚名)을 차츰 벗고 있다.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기에 가능했다. 현대제철이 소똥을 자원화하려는 시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2014년 환경부 승인을 얻어 세계 최초로 우분을 고로에 투입하기도 했다. 축산폐기물을 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얻기 위한 시도였다. 이러한 노력은 해마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줄이는 시발점이 됐음은 물론이다.     

소는 농경사회에서는 최고 자산이었다. 논과 밭을 가는 데 활용되는 것은 물론 송아지는 살림 밑천이었다. 필자도 대학 시절 송아지를 팔아 등록금을 냈던 기억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다. 그래서 소는 가족이었고, 식구나 마찬가지였다. 소똥에 대한 예찬은 이러한 연유에서 출발한다.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진짜 옛말이 됐고 ‘소똥도 연료로 쓰이는 시대가 됐다’는 신조어가 생길 판이다. 소똥의 활용은 현대에 들어서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옛날 힘겹게 소똥을 굴리던 소똥구리는 아쉽게도 자취를 감추었다. 소가 책임졌던 논과 밭갈이도 트랙터가 대신하고 있다. 거름으로 활용하던 소똥도 비료로 대체된 지 오래다. 하지만 소가 죽어서 고기를 남기고 살아서는 소똥으로 인간들을 이롭게 하는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이다. 그 끝없는 희생정신이 인도에서 신성시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도 내년에는 타인을 위해 베푸는 삶이 우선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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