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담합' 사건, 협회 탈퇴 사안인가?

'철스크랩 담합' 사건, 협회 탈퇴 사안인가?

  • 철강
  • 승인 2021.02.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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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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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강·와이케이 탈퇴... 탈퇴 업체 확대 우려
1년 곳간 털린 기분... 탈퇴 결정 이해도 된다
전기료 인상 억제·기타 수혜는 그대로 누릴 것  
탈퇴, 업계 소통·공통 과제 해결에 도움 안 돼

철스크랩 담합 사건의 불똥이 협회 탈퇴로 튀었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한국철강협회 탈퇴 선언을 계기로, 다른 제강사들의 협회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철스크랩 담합 사건이 협회 탈퇴로?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지난달 말 철강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협회 탈퇴를 공식화했다. 앞서 와이케이스틸은 대한제강에 인수가 됐기 때문에 대한제강의 탈퇴 결정은 그대로 와이케이스틸에도 적용되게 됐다. 이 밖에 일부 업체에서도 철강협회에 탈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은 협회의 탈퇴 만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철강협회 탈퇴 사태의 원인은 최근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발 철스크랩 담합 사건이 지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철스크랩 담합 행위에 대해 7개 제강사에 3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검찰 고발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사진제공=세아베스틸)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공정위의 철스크랩 담합 사건 진행 과정에서 동종 업체 간 소통이 담합으로 비치게 된 것에 억울함을 느끼고, 더불어 협회가 이번 사건 해결에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도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철스크랩 담합 과징금 부과금액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만큼 큰 액수가 부과되면서 동종 업체 간 대외적인 협력이나 협회 활동과 같은 소통 및 공동 난제 해결을 위한 협회 활동 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한 점이 컸다. 

한편, 철스크랩 담합 사건과 관련 일부 업체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Leniency)가 있었던 점도 협회 탈퇴의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협회는 물론 동종 업체 간의 어떠한 모임이나 협력에도 나서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리니언시를 한 업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철스크랩 담합 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협회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일부의 인식도 협회 탈퇴의 이유로 지목된다. 

이번에 철스크랩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계 내 소통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협회 탈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1년 농사를 망칠 만큼 곳간이 털렸는데 협회에서 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존재·리니언시 제도 의미 되새겨야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협회 탈퇴와 관련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협회 조직은 담합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공정위의 조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업계 내 공동 현안과 소통을 위한 기구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이번 철강협회 탈퇴는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동종 업체 간 소통과 공동 노력의 가치를 폄훼하고, 결국에는 협회를 통해 회원사들이 이룩한 노력의 과실에 무임승차하게 되는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한, 리니언시 제도 자체는 미국·일본과 유럽연합(EU)의 여러 국가 등 세계 40여 개국에서 도입하고 있을 만큼 기업 간 담합 사건 조사를 위한 일반적인 제도이다. '담합' 행위의 적발과 근절에 무게를 둔 제도인 만큼, 담합 근절이라는 목적을 주목해야지 담합 업체들이나 리니언시를 한 업체 자체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협회 회원사들은 철강업계 내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협회 가입과 활동을 통한 책임도 필요한 것이다. 협회의 잘못이나 부족함이 있더라도 협회 내에서 이를 건의하고 고쳐나가면 될 일"이라면서 "이번 협회 탈퇴 사태는 협회를 통한 전기요금 인상 억제나 환경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 철강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나 업계 공동 난제 해결을 위한 협회의 여러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일인 만큼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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