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수소 사업과 오월동주(吳越同舟)

황병성 칼럼 - 수소 사업과 오월동주(吳越同舟)

  • 철강
  • 승인 2021.02.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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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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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오나라와 월나라는 늘 전쟁하며 사이가 안 좋았다. 어느 날 경계가 되는 강에서 두 나라 사람 십여 명이 같은 배를 탔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즈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사나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니 거센 파도가 연이어 배에 들이닥쳤다. 배가 뒤집히려는 위기일발의 순간, 오나라 월나라 할 것 없이 젊은 사람들이 앞다퉈 돛대에 달려들었다. 풍랑에 맞서 버티며 결국 돛을 펼쳤고 요동치던 배는 안정을 찾았다. 

이 고사성어는 오래 묵은 원한 관계라도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이해관계를 함께해 서로 도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최근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두 그룹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라는 일관제철소를 거느린 철강 최대 라이벌이다. 지금도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논리 비약(飛躍)일 수 있으나 오나라와 월나라 관계와 같다고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업체가 손을 잡았다는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세계는 지금 ‘탄소’가 최대 화두(話頭)이다. 각국은 병들어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최종 목표는 탄소제로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출판을 통해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책에서 지구촌을 탄소제로로 만들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더 큰 피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탄소배출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 업계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수소 사업도 탄소제로로 가는 지름길 중 하나다. 두 그룹 행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해 매출 30조 원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없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 환원제철로 전환하는 탄소중립이 목표이다. 이러한 원대한 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되려면 좋은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마침 현대자동차그룹이 손을 내밀자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았다. 따져보면 시너지 효과 등 긍정적인 면이 많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그룹은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대량으로 확보해 적재적소에 활용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이 단순히 수소와 수소 차 공급에 활용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를 이용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현대차그룹이다. 에너지 자원 개발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포스코그룹이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기업이 손을 잡았으니 기대에 당연히 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소 관련 사업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로 한 것은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전 산업과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이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특히 빌 게이츠 저서에 따르면 콘크리트와 시멘트, 철강 등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31%로 석탄화력발전소 27%보다 많다고 한다. 이에 우리 업계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친환경 공정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개발과 설비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 투입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두 기업의 협력은 수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탄소중립을 구현하려는 국가 계획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클 것이다.

최정우와 정의선 두 CEO가 업무 협약에서 우리가 언제 경쟁 관계에 있었느냐는 듯이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 그룹의 미래가 그려진다. 기업의 영속성과 발전을 위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상이다. 동물 세계 약육강식(弱肉强食) 법칙이 글로벌 경제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오월동주가 옛날 일이 아닌 후세에도 회자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최후 수단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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